국내 연구진,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에서 경구 약물 효과 첫 보고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미국수의학협회지에 발표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연구팀은 경구용 혈소판생성호르몬 수용체 작용제인 '엘트롬보팍(Eltrombopag)'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를 미국수의학협회지(JAVMA)에 게재했다(병원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반려견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차성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pITP) 치료와 관련해 국내 연구진이 의미 있는 첫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8일 고려동물메디컬센터(KAMC) 연구팀은 경구용 혈소판생성호르몬 수용체 작용제인 '엘트롬보팍(Eltrombopag)'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를 미국수의학협회지(JAVMA)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수의학에서 경구용 혈소판생성호르몬 수용체 작용제, 엘트롬보팍(Eltrombopag)의 임상적 의미를 다수의 사례로 분석한 최초의 보고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엘트롬보팍은 혈소판감소증과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치료에 사용되는 경구용 약물이다.

연구는 고려동물메디컬센터(KAMC)의 이정민 박사가 제1저자로, 충남대학교 박미경 교수와 송건호 교수(교신저자)가 공동 참여해 수행됐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 따르면,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ITP)은 몸의 면역체계가 스스로 혈소판을 공격해 출혈 위험을 높이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초기에는 식욕 저하나 피로 등 애매한 증상만 나타날 수 있지만, 진행되면 피부 점상출혈, 코피, 혈변·혈뇨, 흑색변, 토혈 등 다양한 출혈이 뒤따른다.

특히 혈소판이 3만~5만/μL(마이크로리터) 이하로 떨어진 경우에는 자발적 출혈 위험이 크게 상승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치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등에 의존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치료 반응이 늦거나 충분히 회복하지 못해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KAMC에 내원한 pITP 환자 중 기준을 충족하는 18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표준치료만 시행한 그룹과 표준치료에 엘트롬보팍을 추가한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혈소판이 일정 수준까지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 입원 기간, 퇴원 성공률에서 두 그룹 사이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부작용 양상이었다. 전체적으로 소화기 증상(구토·설사)이 주로 나타났으나, 대부분 보조 치료로 안정적으로 회복되었다. 오히려 에트롬보팍을 추가한 실험군에서 부작용 발생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또한 전체 생존율은 94.4%로 기존 문헌(70~90%)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엘트롬보팍 개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코니 에릭슨-밀러(Connie Erickson-Miller) 박사와 직접 논의하며 연구 해석의 정확도를 높였다.

에릭슨 밀러 박사는 "사람과 개는 약물이 몸에서 작용하고 분해되는 방식(약동학)이 크게 다르다"며 "이러한 차이가 개에서의 제한된 반응을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견은 연구팀이 데이터를 보다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의학 분야에서 ITP 치료는 2024년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은 "대부분의 환자는 표준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난치성 ITP 환자도 존재한다"며 "이번 연구는 그런 환자에서 추가 치료 옵션을 고민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실질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IMHA(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 등 혈액·면역 질환 전반에서 면역억제제·항암제의 임상 기준을 더욱 확립해야 한다"며 "특히 표준치료 반응이 낮은 중증 환자에서는 환자 맞춤형 치료적 혈장교환술(TPE) 적용으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피펫]

이정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동물방사선종양센터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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