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필수템 '크루셜' 29년만에 종료…마이크론, AI메모리 올인
2017년 메모리 호황기에도 소매 브랜드 매각…HBM 생산 극대화
HBM 놓고 삼성·SK하닉과 혈투 예고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미국 마이크론이 소매용 제품 브랜드 '크루셜'(Crucial) 사업을 29년 만에 종료한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서버용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비해 생산능력이 부족해 적은 물량의 웨이퍼라도 서버용 제품에 할당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3일(현지시간) 크루셜 브랜드로 대표되는 소매용 제품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내년 2월까지 크루셜 브랜드 제품을 출하하고 이후에는 B2B 제품만 생산한다.
메모리 3사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D램을 개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패키징하고 브랜드화한 소매용 D램 모듈을 판매해 왔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의 경우 자체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용 SSD를 공급했지만, 소비자용 D램은 킹스톤, 커세어 등 모듈 제조사에 공급해 왔다.
삼성전자가 소매용 D램 모듈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고, 마이크론의 크루셜 브랜드는 지난 1996년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데이터센터의 AI 기반 성장은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며 "마이크론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규모가 크고 전략적인 고객들을 위한 공급과 지원을 개선하기 위해 크루셜 소비자 사업에서 철수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이 기존에 소매용 제품에 할당했던 웨이퍼까지 총동원해 AI 메모리와 스토리지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의도다.
마이크론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사업에서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마이크론은 메모리 극성수기였던 2017년 8월 '렉사'(Lexar)라는 소비자 브랜드를 중국의 스토리지 제조사 '선전 롱시스 일렉트로닉스'에 매각한 바 있다. 렉사는 USB 플래시 드라이브, 메모리 카드 등 개인용 기기에 사용되는 소비자용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였다.
당시 마이크론은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D램과 낸드 제조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소비자용 플래시 제품에서 손을 떼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마이크론이 이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는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생산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사의 정확한 생산능력은 공개되지 않지만, 매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마이크론의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25.7%로 SK하이닉스(33.2%)와 삼성전자(32.7)와 큰 격차를 보였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마진이 높은 HBM 판매 효과로 매출 1위에 올랐으나, 물리적 생산 능력 자체는 삼성전자가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AI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격적으로 생산능력 극대화에 나서면서 3사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소비자용 D램도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AI 메모리가 원가 수요가 많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다른 분야보다 서버용 D램, HBM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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