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하는 美 원전 건설 계획, K-원전 수혜 기대감 현실화 임박

원전 8기 건설 추진…건설비용, 한일 대미투자금 활용
두산에너빌, 원전 주기기 제작 가능 '최고 수혜' 전망

경주 원자력 수소 국가산단,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조성 조감도 ⓒ News1 김대벽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미국이 800억 달러(약 117조 원)를 투입, 신규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기로 확정하면서 K-원전 업계가 실제 수주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의 원전 확대에 따른 '기대감'이 현실이 되는 셈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투자하는 7500억 달러 가운데 일부를 원전 건설에 투입하겠다고 밝혀 K-원전 기업의 수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국내 원전 기업 중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후보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 설계·제작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자다.

美, 신규 대형 원전 8기 건설 추진 확정…한일 대미투자금 활용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일 인공지능(AI) 개발로 인해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800억 달러(약 117조 원)를 투입, 신규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5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현재 97GW에서 400GW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장 미국은 2030년까지 1GW 이상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기로 하고 건설 비용만 750억 달러(약 110조 원)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안도 구체화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합의에 따라 약속한 대미 투자액 중 일부를 미국 내 원전 건설에 우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에는 원전을 건설할 인력과 장비가 없다는 점이다. 40년 동안 신규 원전 건설이 없었던 때문이다. 결국 원전 건설은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한미 협약상 한국 기업에 우선권을 주기로 한 만큼 K-원전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미국 외에도 베트남,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국가들은 전력 인프라 수요 대응을 위해 원전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원전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11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2025 대한민국 전기산업 엑스포'를 찾은 내빈들이 두산에너빌리티 부스에 전시된 원자로냉각재계통(Reactor Coolant System) 모형을 살펴보며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산업의 청정 전환과 디지털 혁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전기전력산업 관련 기업 105개 업체가 400여개 부스 규모로 참여해 13일까지 계속된다. 2025.6.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두산에너빌, K-원전 기대감 속 원전 기자재·가스터빈 수주 가능성↑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외 수주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유럽 대형 원전 사업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 체코 두코바니 5, 6호기 본계약 체결에 이어, 2026년부터 불가리아와 폴란드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기자재 수주가 기대된다.

아울러 폴란드, UAE, 사우디 대형 원전 프로젝트 역시 수주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SMR의 경우 미국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 주요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만큼 SMR의 핵심 기자재 제작 능력을 인정받았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SMR 핵심 기자재 제작 능력을 고려할 때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MR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주 기기 제작 능력을 갖춘 기업을 거의 없다"며 "두산에너빌리티가 생산 기반을 갖춘 만큼 앞으로도 수주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는 SMR과 같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가스터빈 산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재생에너지보다는 LNG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매년 LNG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가스터빈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술 난도가 높은 대형 가스터빈을 2019년 전 세계 다섯 번째,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독자 개발했다. 지난해부터 국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달 13일 미국의 유명 빅테크 기업에 380MW급 대형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증권은 "기존 계획상으로 존재했던 원전 프로젝트들이 내년에 가시화해 수주로 이어질 것"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가 AI발 전력 수요 증가 국면에서 원전과 가스발전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했다.

SK증권도 "두산에너빌리티의 내년 원전 기자재와 가스터빈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