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첫 유럽거점 초대받은 '특별한 손님'…이동채 회장의 진심

힘든 시기 함께 이겨낸 옛 동료 초청…이동채 '직원 중심' 경영 철학
글로벌 공급망 거점 구축…'과거' 발판으로 새로운 '미래'로 발걸음

에코프로는 28일(현지시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에코프로 헝가리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준공식에는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를 비롯해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 등 가족사 경영진과 이스트반 요(István Joó) 헝가리투자청(HIPA)장 등 헝가리 주요 인사, 왕민 GEM 부회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 주요 고객사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에코프로 제공)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에코프로(086520)가 헝가리에서 첫 유럽 생산 거점을 완성한 날, 수많은 내외빈 속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임원도, 현지 정부 인사도 아니었다. 이동채 회장이 직접 초대한 '특별한 손님'은 따로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2000년대 초반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며 회사의 첫 촉매 생산라인을 구축했던 창업 멤버 3쌍의 부부였다.

힘든 시기 함께 이겨낸 옛 동료 초청…이동채 '직원 중심' 경영 철학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2002~2003년 충북 오창 공장 시절부터 에코프로에 합류한 원년 세대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하고 회사의 미래도 불투명했던 시절,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사재를 털어 이 회장에게 빌려주며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이들 중 한 명은 현재 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두 명은 5~6년 전 은퇴했다.

이번 초청은 단순한 의전이 아니다. 이동채 회장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회사의 버팀목이 돼 준 동료들에게 전한 '감사와 기억'이라는 평가다. 이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성과는 회사만의 것이 아니라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2018년, 25주년을 맞은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일본과 싱가포르 연수를 다녀왔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23년 2월에는 임직원과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 계약을 체결하고 직 임직원 총 2706명에게 53만3515주 상당의 자사주를 배정하기도 했다. 임직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연봉의 약 20% 수준에 달한다.

글로벌 공급망 거점 구축…'과거' 기반으로 '미래' 나아가

이번 초청은 과거 회고를 넘어 회사의 미래 전략과도 연결된다. 헝가리 공장은 에코프로의 유럽 첫 양극재 생산 거점이다. 동부 도시 데브레첸 산업단지 내 44만㎡ 규모 부지에 에코프로비엠, 리튬 가공의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공업용 가스 생산의 에코프로에이피 등 주요 계열사가 입주했다.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은 5만4000톤으로 전기차 약 60만대에 공급 가능한 규모이며, 향후 증설을 통해 10만8000톤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내년부터는 NCA·NCM 등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를 우선 양산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미드니켈·LFP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현지 생산거점 구축은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과 무역환경 변화 속에서 공급망 현지화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에코프로는 유럽 내 생산 기반 확보로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와의 협업 경쟁력을 높이고, 인도네시아 원재료 연계 및 자동화 기반으로 원가 경쟁력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헝가리 준공식에 가장 먼저 이름이 적힌 손님이 외부 인사가 아닌 창업 동지였던 이유를 여기서도 찾을 수 있다. 창업 멤버들은 준공식 이후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며 회사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공유했다고 한다.

과거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럽에서 더 큰 성장을 이뤄내자는 이 회장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나아가 성장의 성과를 앞으로도 직원과 공유하겠다는 이 회장의 약속이라는 평가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당시의 땀과 고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유럽 진출이 가능했다"며 "이들의 기억을 공유하고 미래를 위한 더 큰 한 걸음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