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 대산 NCC 통폐합…석화 구조조정 첫발(종합2보)

롯데·HD현대, 석화 재편안 제출…산업부 "집중 지원 제공"
대산서 수십만톤 감축 예상…여수·울산에서도 논의 속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이영준 롯데케미칼 사장,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부문 본부장 등 참석자들과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원태성 김승준 임용우 기자 =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합작법인을 설립해 대산 석유산업단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 운영한다. 양사는 이를 통해 NCC 생산량을 감축하고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로 효율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석화업계가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을 선언한 후 석 달 만에 나온 첫 자율 구조조정안이다. 정부가 연말까지 구조조정 제출 시한을 설정했지만 1호 통폐합 결정 기업이 나온 만큼 여수와 울산 등 다른 석유화학 단지에서의 재편 논의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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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1호 자율 구조조정 기업 나왔다…정부, 집중 지원 계획

롯데케미칼은 26일 오전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공동사업재편계획 승인 심사 신청을 했다"고 공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산업통상부에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와 공동으로 사업 재편 계획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간 기업결합 건에 대한 사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사전심사는 기업결합을 하고자 하는 회사가 정식 심사 신고 기간 이전에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각각 NCC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제품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HD현대케미칼의 지분은 HD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로 구성돼 있다.

이번 재편안은 업계 1위인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하고 이후 분할신설법인은 HD현대케미칼과 합병, 소멸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합병법인 주식을 추가 취득한다. 최종적으로는 HD현대케미칼의 모기업인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병법인의 지분을 각각 절반씩 보유할 예정이다.

산업통상부는 양사의 제출된 계획안을 심사해 세제·연구개발(R&D)·규제 완화 등 집중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정유-석화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으로 중동·중국의 최신 설비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사업재편계획 제출 기한(연말)보다 한 달가량 빠른 일정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그간 신속한 심사를 위해 기업들에 사전심사 신청을 독려했던 공정위는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석유화학 대기업들의 사업재편은 석유화학산업의 전체 가치사슬과 인접시장, 중소기업 등 거래 상대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정위는 중소기업·소비자 피해 예방 필요성, 국민경제적 측면의 효율성 증대 효과 등을 세심하게 검증·심사해 경쟁당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NCC 통폐합 계획을 통해 감축하는 생산량은 수십만톤 정도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 110만 톤, HD현대케미칼은 연 85만톤 규모다. 감축 생산량과 가동을 중단할 설비는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세부 운영과 관련해선 사업재편 승인 이후 양사 간 추가 협의를 통해 최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이 운영했던 설비의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NCC 설비의 합리화 및 일원화된 생산 운영체계를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부가 및 친환경 사업 구조로의 전환도 병행하며 석화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다. 김정관 장관은 "사업재편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고부가·스페셜티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도 중요한 만큼 '석유화학산업 고부가화 R&D 로드맵'을 통해 사업재편 참여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2023.6.1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이제 공은 여수·울산으로…정부 '기한 연장 없다' 업계 압박

이번 양사의 자율 구조조정안이 나오면서 석화 업계의 추가적인 통폐합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NCC 생산 능력은 1475만 톤이다. 올해 기준으로는 1295만 톤이지만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생산 능력인 180만 톤을 합한 수치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규모인 270만~370만 톤은 전체 생산 능력의 18~25% 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8월 제시한 에틸렌 생산량 감축량을 최소 수준이라도 맞추기 위해서는 대산에 이어 여수와 울산 단지에서도 추가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

울산 지역에선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을 바탕으로 재편안을 마련 중이다.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여수 NCC 통합 운영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제안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여수와 울산 산단 내에서도 현재 업체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지만 정부가 제시한 기한은 준수한다는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업 재편 논의 중인 기업 간의 입장차가 엇갈려 논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자율 구조조정 기한 연장 계획은 없다면서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대산이 사업재편의 포문(gate)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재편의 운명(fate)을 좌우할 것"이라며, "사업재편 계획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며, 향후 대내외 위기 상황에서는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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