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명소' 괌의 몰락…대한항공·아시아나 노선 이관 '유찰'
이관 국제선 6개 노선 입찰 마감…인천·김해-괌 노선만 신청 '0'
탑승객 7% 줄었지만 운항편 4% 증가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한 때 신혼여행과 가족여행 성지로 꼽히던 괌 인기가 떨어지면서 항공시장에도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괌 노선 이관 신청을 받았지만 입찰에 응한 항공사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가 제기된 국제선 6개 노선에 이관 신청을 받았다. 이관 대상은 △인천-괌 △부산-괌 노선을 비롯해 △인천-시애틀 △인천-호놀룰루 △인천-런던 △인천-자카르타 등 6개 노선이었다.
그중 인천-괌, 부산-괌 등 2개 노선에는 항공사가 입찰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4개 노선에선 최소 1개 이상의 항공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괌은 한때 인기 신혼여행지였지만, 관광 인프라 악화와 환율 상승으로 최근 수요가 크게 줄어 항공사들이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소비자 편익 감소를 막고자 기업결합 조건으로 내건 공급 좌석 유지 의무에 따라 대한항공과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괌 운항을 대폭 증편했다.
괌 여객 수요는 이미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인천·김해공항을 통해 괌을 오간 여객 수는 올해 1~10월 64만 773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운항 편수는 3.9% 증가한 4034편에 달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10월 괌 노선 여객 수는 124만 3109명이었다. 엔데믹으로 전환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객 회복률이 52.1%에 그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는 7807만 5674명으로 회복률 102%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항공업계는 괌 여객 수요가 크게 둔화한 배경으로 2023년 5월 괌을 강타한 4등급 슈퍼태풍 '마와르'를 꼽았다. 최대풍속 시속 241㎞의 마와르는 괌에 상륙한 태풍 중 60년 만에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호텔과 리조트, 공항이 크게 파손되는 재산 피해가 잇달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시 유명 리조트들이 박살이 나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주일간 공항에 발이 묶이면서 관광지로서의 매력이 한풀 꺾였다"며 "이후 시설 대부분이 복구됐다곤 하지만, 최근 개발된 다른 동남아 휴양지들과 비교하면 연식 자체가 오래된 편"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더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달러·원 환율도 괌 여행을 가로막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1일 기준 1475.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괌 현지 물가 자체도 오른편이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023년 8.7%로 사상 최대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4.1%를 기록했다.
줄어든 여객 수요에도 대한항공과 계열 LCC들은 올해 상반기 괌 운항 편수를 대대적으로 늘렸다. 대한항공은 주 7회 운항하던 인천-괌 노선을 지난 6월 주 14회로 늘린 뒤 8월부터는 21회로 증편했다. 김해-괌 노선에는 지난 8월부터 주 7회 일정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진에어는 주 7회 운항하던 인천~괌 노선을 9월부터 주 21회로, 주 4회 운항하던 부산~괌 노선을 6월부터 주 7회로 늘렸다. 에어부산은 이달부터 주 14회 일정으로 김해-괌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계열사 중 유일하게 2003년 단항 이후 현재까지 괌 노선을 운항하지 않고 있다.
공급 좌석 수가 이처럼 증가한 건 공정위의 시정조치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독과점 발생 우려가 있는 국제선 26개, 국내선 8개 노선에 대해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대체 항공사에 노선을 이관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그러면서 이관 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 양사와 계열 LCC들을 상대로 해당 노선의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올해 1~10월 인천·김해에서 괌을 오간 운항편(4034편)은 2019년 1~10월(6682편) 대비 60.37% 수준이다.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지난 10월부터 인천~괌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이번 괌 노선 배분 입찰이 유찰된 만큼 앞으로 대한항공과 계열 LCC들은 대체 항공사가 나오기 전까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며 수요 없는 공급을 지속해야 한다.
공정위는 "시정조치 부과 노선에 대한 구조적 조치가 완료될 경우 좌석 유지 의무 등 행태적 조치는 소멸한다"며 "구조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시장에서 소비자 편익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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