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34개월만에 '최고치'…정유업계 4Q 실적 '청신호'
러시아 길목 막히고 산유국發 정세 악화까지…때아닌 '쇼티지'
정유업계 '어닝서프라이즈' 4분기 이어진다…관건은 '연간 성적'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정제마진이 배럴당 19.7달러로 치솟으며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유업계 대표적인'실적 풍향계'인 정제마진이 하반기 내내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4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9일 기준 19.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배럴당 20~22.3달러 흐름을 보였던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올 하반기부터 수직상승 중이다.
정제마진이 급등한 이유는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흑해 항구 노보로시스크의 석유 수출이 일시 중단됐다. 이 항구를 거치는 수출 원유는 일평균 22만 배럴로 전 세계 공급량의 2% 수준이다. 이 길목이 막히자 공급 차질(쇼티지)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 내 정유시설, 저장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 미국의 러시아 석유회사 루크오일(Lukoil)과 로네스프트(Rosneft) 제재 마감 기한 도래에 따른 단기적 물류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원유 수급 불균형이 더 커진 상황이다.
중동 정세도 정제마진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마셜 제도 국적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산유국발(發) 위기가 정제마진 강세의 직접적 요인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고, 중동 긴장 등 예측 불가능한 위험요소가 상존하는 한 당분간 정제마진 고공 행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는 러시아의 정제설비 가동 중단율은 최근 20%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強)마진'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공교롭게도 국내 정유업계의 4분기 실적 전망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상반기 실적 둔화에 신음했던 정유업계는 올 하반기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 3660억 원이다. 그중 석유사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8958억 원으로 전체 이익의 65.6%를 차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3108억 원, 에쓰오일은 2909억 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5.2%, 30.9%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도 큰 폭의 흑자가 예상된다.
값싼 러시아산 원유와 중유의 국내 수입량이 감소했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내 대체공급이 제한적인 점도 정제마진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4분기는 동계 난방 수요와 글로벌 석유제품 비축 수요까지 겹쳐 실적 모멘텀이 더 커졌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도 강한 정제마진이 지속될 수 있다"며 "특히 러시아산 원유 수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정유업계 전반의 이익 체력 회복과 업황 반등 모멘텀이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정유업계의 하반기 '깜짝 실적'이 상반기에 깎아 먹은 적자를 상쇄하느냐에 달렸다. 업계 관계자는 "1~2분기(상반기) 정유업계의 누적 적자가 1조 5000억 원 수준"이라며 "연간 실적으로 볼 때 하반기 정제마진 상승에 따른 흑자 규모가 상반기 적자를 커버(만회)할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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