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케미칼, 현물출자+합작사 '초읽기'…석화 재편 첫발 떼지만

롯데·HD현대, 대산서 재편안 발표 임박…울산·여수서도 속도낼 듯
"근본적 경쟁력 높이는 '스페셜티'로 체질 개선 병행돼야"

국민의힘 성일종,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화학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9.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석유화학 구조 개편이 대산 산업단지를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하지만 이번 구조 개편이 설비 통폐합을 통한 에틸렌 감축에만 집중돼 있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롯데케미칼(011170)과 HD현대케미칼은 대산 산업단지에서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에틸렌 생산시설 설비 통합을 골자로 하는 사업재편안을 조만간 발표할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연말 제출 시한을 앞두고 물꼬가 트인 만큼 업계 전반의 재편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일부 업체의 설비통폐합만으로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계 불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맞서 국내 업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전환 등 체질 개선이 병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설비 통폐합을 통한 에틸렌 생산 감축안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별개로 정부가 기업들에게 이번 사업 재편안 마련을 자율로 맡긴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의 '무임승차' 우려도 여전히 제기된다.

롯데·HD현대, 대산서 설비통합 신호탄 임박…울산·여수서도 속도 낼 듯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석화 설비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조율을 마친 뒤 각자 이사회를 열어 산업통상부에 최종 재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양사의 재편안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 나프타분해설비(NCC) 등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 출자로 합작사를 세운 뒤 양사 지분을 비슷하게 재조정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D현대케미칼 지분은 HD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로 구성돼 있다.

이번 재편은 석화 기업이 지난 8월 20일 통폐합을 통한 공급 감축안을 핵심으로 한 사업재편 자율 협약을 맺은 뒤 석 달 만에 나오는 첫 구조조정 사례다.

대산에서 재편안이 확정되면 여수와 울산 단지의 구조개편 움직임 또한 빨라질 전망이다.

울산 지역에서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을 바탕으로 재편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여수 NCC 통합 운영을 위한 합작사 설립을 제안한 상태다.

'무임승차' 우려 지속…"여전히 눈치 보는 기업 많아"

정부가 제시한 사업 재편안 제출 데드라인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무임승차'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제시한 에틸렌 생산량 감축량은 270만~370만톤이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1295만톤인데 정부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18~25%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에틸렌 산업이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일부 기업만 감축하면 그 상태가 고착화되고 감축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의 수익성은 손해 없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기업들이 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협상 과정에서 산업 사이클상 호황이 한 번은 더 올 것이라고 판단해 협상을 더 지연시키려는 것 같다"며 "여전히 눈치를 보며 기회를 엿보는 기업들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무임승차 기업에 불이익을 준다고 했지했지만 재편안은 전적으로 기업에 맡기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교통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 직원들이 사업장 내 안전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금호석유화학그룹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설비통합만 집중…"근본적 경쟁력 높이는 '스페셜티'로 체질 개선 병행돼야"

업계 안팎에서는 대산에서 사업 재편의 물꼬를 텄지만 설비통합을 통한 에틸렌 감축만으로는 업계 불황을 해결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악화가 현실이 된 만큼 '스페셜티' 제품 전환 등 근본적인 업계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업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비통합을 통한 에틸렌 감축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이미 범용 제품은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일본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지원 아래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이고 스페셜티 제품을 늘리며 업계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국내 업계도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근본적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스페셜티로 체질 전환에 성공한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4사 가운데 유일하게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0.1% 줄어든 1조 6438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29.7% 늘어난 844억 원으로 집계됐다.

내년에도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은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는 금호석유화학의 내년 연결 영업이익을 올해 대비 최대 30% 이상 성장한 4000억~46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