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10곳 중 8곳 'AI 활용은 아직'…"돈도 사람도 확신도 없다"

AI 활용도, 대기업 49%·중소기업 4.2%…기업 73% '비용 부담'
'전문 인력 없다' 80.7%…기업별 '맞춤형' '단계별' 지원 필요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7/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우리나라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인공지능(AI)을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전환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비용과 인력도 없고 효과 역시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기업에는 '맞춤형 지원'을, 중소기업에는 '단계별 지원'을 해주고 AI 실증 모범사례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 50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K-성장 시리즈(7)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2.3%가 'AI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대기업(49.2%)보다는 중소기업의 활용도(4.2%)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 비용의 부담 여부에 대해선 기업의 73.6%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대기업(57.1%)보다 중소기업(79.7%)이 투자 부담을 더 많이 호소했다.

대구의 한 제조업체는 “생산 공정만 해도 AI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축적을 위한 라벨·센서 부착, CCTV 설치, 데이터 정제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활용하는 비용, 로봇 운영을 위한 맞춤형 설루션 구축, 관련 인력 투입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AI의 연료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절반(49.2%)은 '전문인력 채용 부담'을 꼽았다.

또한 AI 전환 수요가 늘면서 '인재 구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AI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80.7%가 '없다'고 했다. 'AI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AI 인재는 2만 1000명 수준으로 중국(41만 1000명), 인도(19만 5000명), 미국(12만 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라며 "절대적 숫자도 적은데 그나마 있는 인재조차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조기업들은 'AI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다. 'AI 전환이 성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는지' 여부에 대해 60.6%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봤다. '효과가 클 것'은 39.4%였다. AI 전환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큰 셈이다.

대한상의는 AI 전환을 통한 기업 성장을 위해 '역량에 맞는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AI 활용도가 높은 대기업에는 일률적 프로그램 지원보다 자사 전략에 따라 유연하게 정책 지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도입률이 낮은 중소기업에는 단순 자금 지원, 장비 보급보다는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입 전에는 컨설팅을, 도입 단계에선 실무 중심의 기술 지원, 도입 후에는 멘토링 체계를 구축하자는 제안이다.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는 구독형 서비스(SaaS) 기반의 AI 도입 모델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대한상의는 AI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실증 모범사례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지금은 AI에 대한 미래 조감도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실제 데이터 축적과 활용, 인재 영입 등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제조 현장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강력한 지원, 파격적인 규제 혁신을 담은 선택과 집중의 메가 샌드박스라는 실행 전략이 맞물려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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