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스톨을 선호한다?…EU 전문가 '낮 착시'로 오해 바로잡아

APVS 2025, 엔리크 마르코 그라넬 수의사 강연
유럽 양돈농장의 동물복지·지속가능성 실천 방법

엔리크 마르코 그라넬 마르코벳그룹 대표(수의사)가 제11회 APVS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후쿠오카=뉴스1) 한송아 기자 = 유럽 양돈 분야의 동물복지와 지속가능성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마르코벳그룹(MARCO VET GROUP) 대표 엔리크 마르코 그라넬(Enric marco granell) 수의사는 지난 1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아시아돼지수의사대회(APVS 2025)에서 "어미돼지들이 스톨(stall) 사육을 선호한다는 인식은 주로 낮 시간대 관찰에 따른 착시"라고 강조했다.

스톨은 어미돼지를 한 마리씩 좁은 칸에 고정해 사육하는 좁은 우리다. 그라넬 수의사는 "스톨에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경우 낮에는 먹이를 먹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주로 스톨 안에 머무르지만, 밤이 되면 대부분 스스로 나와 돌아다니고 휴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돼지 본래의 행동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군사 사육 전환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EU 그린딜이 바꾼 양돈의 기준
엔리크 마르코 그라넬 마르코벳그룹 대표가 제11회 APVS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그라넬 수의사는 제11회 APVS 2025 기조강연자로 나서 '유럽 양돈농장의 동물복지·지속가능성 실천 방법'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EU 그린딜이 농축산 전반에 온실가스 50% 감축, 화학농약 50% 감축, 비료 20% 감축, 항생제 사용 50% 감축과 같은 강력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생산기술을 넘어 농장 운영 철학의 변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U 그린딜은 유럽연합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농업·산업·에너지 전반의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규모 전략이다.

그라넬 수의사에 따르면 유럽은 임신 초기 4주 제한적 스톨을 제외하고 군사 사육을 확대 중이다. 스웨덴·영국은 오래전부터 스톨 사육을 금지했다. 독일은 2035년까지 모돈이 회전·보행 가능한 분만사를 의무화한다. 그는 "공간 확장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본능적 행동과 새끼와의 상호작용을 보장하는 설계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은 스톨 문제뿐 아니라 꼬리 자르기(도킹)·무마취 거세 등 전통적 관행을 줄이기 위한 복지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EU는 원칙적으로 꼬리 자르기가 금지다. 행동 풍부화(materials for enrichment) 제공을 의무화해 꼬리 물기 문제를 '관리'로 해결하도록 요구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일정 비율에서 도킹이 이뤄지고 있어 각국 정부가 추가 점검과 제재를 늘리고 있다.

거세 역시 과거의 무마취 방식에서 벗어나 마취·진통 적용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불필요한 거세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유럽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강화되고 있다. 그라넬 수의사는 이러한 변화가 "불필요한 통증을 최소화하고 돼지의 정상 행동을 보장하려는 유럽 복지 정책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농장은 △분뇨저장조 밀폐·액고분리·주입식 살포로 암모니아·메탄 저감 △태양광·지열·바이오가스 도입으로 에너지 자립 향상 △수입 대두 의존 축소를 위한 완두·유채박 등 지역 단백질원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항생제는 '양보다 질'에 초점을 두며 중요 계열 사용을 자율적으로 줄이고 있다.

또한 유럽 양돈산업 역시 세대교체와 강화되는 규제가 맞물리며 대형 통합기업 중심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그라넬 수의사는 "결국 복지와 지속가능성 역량을 갖춘 농장이 선택받는다"며 "단기 비용 상승에도 행동학·환경기술·정밀급이 등을 통합한 운영이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의 동시 달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