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中 저가 공세 대응 전략 '효과'…동남아 거점 '본격 가동'

HD현대·삼성, 베트남 거점 통해 탱커 생산
지정학적 불안, 탄소세 지연에 유조선 수요 증가

HD현대베트남조선 야드 전경(HD현대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조선업계가 유조선(탱커)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생산 거점 가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는 범용 선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거점 확대에 주력해 왔다.

국내 업계가 국내에선 고부가 선종 및 연구개발, 해외에선 범용 선종 건조라는 이원화 체제를 바탕으로 시장 경쟁력을 지속해서 유지해 나갈지 주목된다.

HD현대베트남조선, 유조선 4척 수주…삼성, 3척 베트남 건조

12일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그리스 선주사 스텔스 마리타임은 HD현대(267250)에 유조선 총 6척을 발주하기로 결정했다. 계약 규모는 총 4억 7500만 달러(약 6900억 원)에 이른다.

그중 HD현대중공업은 16만 5000DWT(재화중량톤수) 수에즈맥스급 선박 2척을, HD현대베트남조선은 11만 5000DWT 아프라막스급 선박 4척을 각각 건조할 예정이다.

HD현대베트남조선의 계약은 확정 2척, 옵션 2척이지만 옵션 선박 발주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가격은 수에즈맥스급 8700만 달러(약 1270억 원), 아프라막스급 7500만 달러(약 1100억 원) 수준이다.

삼성중공업(010140)도 최근 유조선을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 이달 북미 지역 선주로부터 원유 운반선 2척을 2901억 원에 수주했고, 지난달엔 라이베리아 지역 선주로부터 유조선 선종 3척에 대한 수주 계약을 3411억 원에 따낸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그중 라이베리아 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유조선을 베트남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본격 실행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원유운반선(삼성중공업 제공)
"탈탄소화 둔화로 유조선↑"…해외 생산 거점 확대 주력

유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에 비해 국내 조선업계 주력 선종은 아니지만 최근 비교적 활발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 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운임 상승으로 유조선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에 건조를 맡기던 유조선사들이 한국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탄소세 도입 논의가 지연된 점도 유조선 발주 검토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트레이드윈즈는 "IMO 넷제로 프레임워크가 채택에 실패한 이후 탈탄소화 속도가 둔화한 것은 기존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거점 확대를 통해 유조선 발주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 HD현대는 HD현대베트남조선뿐 아니라 올해 두산비나(HD현대비나)를 인수하고,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본격 가동하는 등 해외 생산 거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HD현대는 동남아 생산 거점을 관리할 싱가포르 중간지주회사 HD현대아시아홀딩스도 올해 설립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부터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베트남과 조선 분야 협력을 추진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 건조나 각종 연구개발(R&D) 등은 국내에서, 원유 운반선 등 범용 선종은 해외에서 신조하는 방식으로 생산기지를 이원화하며 '두 마리 토끼'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7월과 11월 수주한 원유 운반선 8척도 중국 주산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선종의 경우에도 설계는 국내에서, 건조는 해외에서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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