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출증가율 전망 0.9% '반토막'…車·철강·석유 '빨간불'

한경협, 10대 수출 주력 업종 조사…67% 수출 감소 "美 관세 탓"
고환율도 수출 채산성 걸림돌…"세제지원·통상협정 절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관세와 글로벌 통상환경 악화로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해의 절반 아래인 0.9%로 급락할 것이란 잿빛 전망이 나왔다. 수출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자동차·석유제품·철강 등이 관세 직격탄으로 줄줄이 역성장을 예고한 탓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150개사를 상대로 '2026년 수출 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6년 수출이 올해 대비 0.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11일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1~9월 누적 수출 증가율은 2.2%를 기록 중이며 연간으로도 2%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예측한 셈이다.

업종별로 보면 선박(5.0%), 전기전자(3.1%), 일반기계(2.3%), 바이오헬스(2.1%), 반도체(1.7%), 석유화학(0.7%) 등 6개 업종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자동차(-3.5%), 철강(-2.3%), 자동차 부품(-1.4%), 석유제품(-1.3%) 4개 업종은 감소할 전망이다.

수출 둔화의 최대 원인은 '미국 관세'다. 기업 10곳 중 7곳이 내년 수출 감소 요인으로 미국 관세 비용을 꼽았으며, 절반 이상(53.3%)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실제 내년 역성장이 예상된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이 품목 관세 대상이다.

내년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 67.3%는 주된 요인으로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를 꼽았다.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8.6%), '중국발 세계시장 공급과잉'(8.6%), '미·중 무역갈등 심화'(8.6%)도 수출 감소 전망의 원인으로 조사됐다.

미국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로 내년 수출 채산성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 비중은 18.0%로, 개선될 것(4.7%)이란 응답보다 약 4배 많았다.

특히 업종별로는 10개 조사대상 중 선박과 전기전자를 제외한 8개 업종이 "채산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선박은 모든 기업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전기전자는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란 응답 비중과 악화할 것이란 응답 비중이 동일했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기업 10곳 중 6곳(63.0%)이 '관세 비용 부담 증가'를 들었다. 이어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14.8%)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비용 증가’(11.1%) △미·중 무역 갈등 심화(11.1%)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고환율도 수출 채산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기업들이 내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환율은 평균 1375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올해 1~11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4원으로 적정환율보다 39원 높았다. 기업들의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평균 1456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내년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53.3%)을 꼽았다. 이어 '원화 약세로 인한 환율 불안정'(17.3%), '미·중 무역 갈등 심화'(16.7%) 등도 2026년 주요 수출 리스크로 조사되었다.

미국 관세 직격탄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관세(보편·상호·품목관세) 부과 이후, 수출 기업의 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 1.3%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9.5%, 8.5%씩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철강도 매출 3.4%, 영업이익 4.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관세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수출단가 조정'(28.0%), '생산 원가 절감을 통한 비용 흡수'(25.8%)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정책 과제로는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23.1%),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21.7%)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최대 현안이었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통상 불확실성을 체감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통상환경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세제지원 및 외환시장 안정 등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