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3Q 실적 개선, 고개드는 '무임승차'…구조조정 실기 우려
석화업계, 원가 하락에 실적 개선 흐름…흑자 전환·적자폭 개선
정부 압박에도 '구조재편' 협상 지지부진…일부서 "버티자" 분위기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석유화학 업계의 3분기 실적이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구조 개편 작업이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버티자"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장기 침체를 겪은 국내 석화기업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구조조정을 포함한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상황이 어렵다며 정부에 지원책 병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석화업체들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보니 '무임승차'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번 실적이 일회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구조조정 기회를 놓치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3분기 원료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LG화학(051910) 석유화학 부문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9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LG화학은 "미국 관세 영향 및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나 원료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과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011780)의 경우에는 3분기 매출 1조6438억원, 영업이익 8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전분기 대비 7.3%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각각 29% 늘어나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3분기 적자를 기록한 업체들도 적자 폭을 줄이며 실적 개선 흐름에 동참했다. 오는 13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011170)은 14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는 전분기 2499억 원 적자에 비하면 적자 폭이 1000억 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SK이노베이션(096770) 화학사업은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이 818억원 감소했다. 한화솔루션(009830) 케미칼 부문도 적자 폭을 90억원으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3분기 실적 개선 흐름이 일시적이라는 반응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해결
되지 않았고, 개선된 스프레드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산업 내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구조재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산·대산·여수 화학단지 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 8월 정부와 체결한 사업재편 자율협약에 따라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생산 능력의 18~25%(270만~370만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마감시한인 연말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사업재편안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지금까지 대산산단에 위치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구조개편 초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한 것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4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산단과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 진정성에 시장의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가 이번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만 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통폐합 논의가 빨라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추가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체 간 협상에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은 맞지만 일부 업체들의 경우 '무임승차'를 하려는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직은 당장 문을 닫을 정도가 아닌 만큼 다른 기업이 감산에 나설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 간 인수합병 과정도 최소 6개월이 걸린다"며 업체 간 통폐합 논의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협의 과정은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압박으로 업체들도 통폐합 논의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현실적인 방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부 업체는 협상 과정에서 산업 사이클상 호황이 한 번은 더 올 것이라고 판단해 협상을 더 지연시키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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