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업계 후판價 협상 반기 원상복귀 움직임…입장차 첨예

첨예한 입장차에 장기화…"분기로 시작해서 반기로"
中 후판 통제 리스크 조선에 악재…보세구역 활용 대응

포스코 포항제철소 2025.7.3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 주기가 재차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해까지 반기마다 마무리하던 협상을 올해 분기마다 추진하기로 했는데 현재는 다시 반기마다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합의가 지연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소모적 협상'에 반기→분기 전환했지만…'협상 고착화'에 다시 반기로

27일 조선·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과 3분기 또는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후판가 협상은 통상 포스코가 조선 3사와 협상을 끝내면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460860) 등 다른 철강사들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선박 제조에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 제품이다. 선박 건조 비용의 20~30%를 차지한다.

지난해까지 철강과 조선 두 업계는 매년 상·하반기 1년에 두 번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분기마다 협상을 끝내기로 했다.

가격 조정의 기회가 늘어나면 양쪽 모두 협상 결과가 불만족스럽더라도 차후를 도모하기 수월한 만큼 소모적인 협상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분기별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양쪽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자연스럽게 반기별 협상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3분기 협상을 진행하면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하반기 전체에 대한 협상으로 확대하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과거 합의에 따라 후판 가격 협상을 분기로 시작한 상황"이라면서도 "협상이 길어지면서 반기로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HD현대 제공)
정부, 中 반덤핑 관세에 철강사 협상력 ↑… 중국 제재, 후판가 상승 전망

협상이 다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조선과 철강 두 업계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까지는 조선업계가 가격 협상을 주도해 왔지만, 올해부터 주도권이 철강업계로 다소 기울면서 분위기가 더 팽팽해진 모습이다. 후판 협상 가격은 지난해 톤당 70만 원대 후반까지로 내려왔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소폭 높아진 80만 원대 수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올리며 주도권을 회복한 배경에는 중국 철강업계 물량 공세 차단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앞서 중국산 후판 유입으로 협상력을 잃었지만, 올해 정부가 최대 38.02% 반덤핑 관세 부과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최근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가 조선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추후 중국이 후판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국내 조선업계를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업계는 보세구역을 활용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을 늘려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를 언급하며 "앞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 수입을 늘리는 게 어려운 상황이 계속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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