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만에 사라진 관세 타결 기대감…속타는 현대차 4분기도 먹구름
정책실장 "APEC 계기 타결 갈 길 멀어"…4분기 25% 온전히 영향 전망
현대차·기아, 월간 관세 피해 5천억 관측…"협상 타결 시급"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로 늦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관세 피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주 전만 해도 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수조원의 연간 영업이익 증대가 예상됐으나, 4분기도 25% 관세 영향을 온전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자동차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 관세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 "만약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고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아직도 조금 진행 중인 부분들이 있다. 몇 가지 쟁점들이 남아있고, 그게 굉장히 중요한 순간에 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타결을 기대한다면서도 "인위적인 시한에 맞추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한 주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주최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비슷한 시기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출국하면서 협상 타결 기대감은 고조됐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 조성 방안과 수익 배분 구조 등을 놓고 의견 차이가 여전, 협상 타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관세협상 타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와 미국에서 경쟁하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자동차 품목 관세는 15%로 하향 조정된 것에 반해 한국산 수입 자동차 관세는 25%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기아가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과 판매 경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세 10%포인트(p) 차이는 현대차·기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장 현대차·기아 실적에도 큰 피해를 준다. 증권가는 3분기 현대차·기아의 관세 피해 규모가 2분기(약 1조 6000억 원)보다 더 많은 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관측한다. 2분기 당시 현대차·기아는 재고 물량을 최대한 활용하며 관세 피해를 최소화했으나, 3분기부터는 25% 관세를 온전히 부담한다. 관세 15% 인하가 늦어질수록 월간 영업이익 피해액은 5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30일, 31일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K증권은 25% 적용 시 현대차와 기아의 2026년 관세 비용이 각각 5조 6000억 원, 4조 2000억 원으로 추정했고, 관세가 15%로 인하할 경우 그 비용은 각각 3조 4000억 원, 2조 5000억 원으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우려에도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관세 부담을) 가격에 전가하고 있지 않아 (관세) 부담도 계속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속한 관세협상 타결은 현대차·기아 실적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