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비명 줄어든다"…임프로박 백신, 동물복지·생산성 모두 충족

한국조에티스, '2025 임프로박 심포지엄' 개최
임프로박 돼지고기, 이미 소비 중…안전성 검증

알바로 박사가 2025 조에티스 임프로박 심포지엄에서 임프로박 백신 접종 후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우리나라 돼지농장에서는 수컷 새끼돼지를 마취나 진통제 없이 거세하는 관행이 있다. 생후 7일령 새끼돼지를 붙잡고, 음낭 피부를 칼로 절개해 고환을 끄집어낸 뒤 음낭선을 절단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돼지는 극심한 통증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감염 위험에도 노출된다.

이러한 비윤리적 관행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임프로박(Improvac)' 백신이다. 23일 조에티스에 따르면, 임프로박은 물리적 거세 없이도 수컷 돼지의 특유한 냄새(웅취)를 예방하는 혁신 기술이다. 단 두 차례의 접종만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성선자극호르몬(GnRF)에 대한 항체를 형성해 호르몬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냄새를 억제하는 과학적 원리다.

이미 한국이 소비 중인 '임프로박 돼지고기'

임프로박은 현재 전 세계 72개국에서 승인받아 사용 중이다. 미국, 유럽연합, 호주,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됐다. 한국 역시 수입육을 통해 이미 임프로박 돼지고기를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은 3분의 2 수준으로, 나머지 3분의 1은 브라질·캐나다·스페인 등 임프로박 사용국으로부터 수입된다. 즉, 한국 소비자는 이미 임프로박 돼지고기를 식탁에서 접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2006년 임프로박의 사용을 정식으로 허가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백신에 대한 거부감과 홍보 및 교육 부족, 동물복지 인식 미비로 인해 현장에 널리 확산되진 못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축산 시장이 '무통증·무절단' 사육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임프로박은 복지와 생산성을 모두 실현하는 대안 기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가 유럽의 무거세돈 사육 비율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복지이자 경쟁력"…생산성 향상 수치도 입증

임프로박의 가장 큰 장점은 동물의 고통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조에티스에 따르면, 임프로박 접종 돼지는 △사료 효율 12% 향상 △평균 일당 증체량 20.9g 증가 △냉장 도체 중량 0.66㎏ 증가 등의 결과를 보였다. 즉 임프로박은 복지 기술을 넘어 '생산성 향상의 도구'가 되고 있다.

또한 거세 과정에서 발생하던 감염, 폐사, 폐기물 처리 부담이 줄어 환경적 이점도 크다.

조에티스 글로벌 마케팅 리더 알바로 알다즈(Albaro Aldaz) 박사는 "임프로박은 호르몬제나 GMO가 아닌 체내 면역 반응을 이용한 면역학적 백신"이라며 "20년 이상 전 세계에서 사용되며 안전성과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복지는 생존전략"…세계는 이미 전환 중
알바로 박사가 임프로박 백신의 작용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한송아 기자

지난 21일 한국조에티스는 서울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에서 '2025 임프로박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임프로박이 보여준 글로벌 성공사례와 국내 도입 가능성을 공유했다.

오연수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국내 양돈산업은 생산성 정체, 질병 리스크, 복지 규제 강화의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이제는 효율 중심에서 지속가능성과 복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 생존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단계적으로 '무통증·무절단 사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까르푸(Carrefour), 테스코(Tesco), 코스트코(Costco) 등 글로벌 유통기업들도 2025년 이후 '무통증·무절단(no pain, no cut)' 제품만을 장기 계약 대상으로 지정했다. 스웨덴, 영국, 아일랜드는 이미 무거세 사육을 표준화했다. 호주에서는 70% 이상, 브라질에서는 80% 이상의 수컷 돼지가 임프로박을 맞고 있다.

박성준 한국조에티스 대표는 "임프로박의 국내 도입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가 아니라, 한국 양돈산업의 복지 중심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가는 출발점"이라며 "동물의 고통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함께 이익이 되는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