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3분기 실적 '먹구름'…최대 성수기 '출혈 경쟁' 후폭풍

상장사 6곳 중 5곳 매출·영업익↓…제주항공 영업익 63.9%↓ 전망
여객보다 더 늘어난 공급좌석에 발목…공정위 규제 FSC도 저가경쟁

지난 9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5.9.10/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올해 3분기 항공업계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내 상장 항공사 6곳 중 5곳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휴가철이 껴있는 3분기는 통상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여객 수요 둔화에 정부의 공급 강제 규제까지 시행되면서 항공사들이 출혈 경쟁에 내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표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의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6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한 것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줄어든 4조 1151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020560)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62.0% 감소한 490억 원에 그쳤다. 매출은 15.9% 줄어든 1조 5800억 원으로 추정된다.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 감소율이 상당하다. 지난 8월부로 화물기 11대를 전량 매각하면서 발생한 수익 공백이 크다는 게 증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화물사업 매출은 회사 전체 매출의 24.4%를 차지했다.

상장 저비용항공사(LCC) 4곳 중 3곳 역시 매출·영업이익의 동반 감소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심각한 곳은 제주항공(089590)이다. 제주항공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63.9% 감소한 16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8% 줄어든 4187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그다음으로 실적이 저조한 곳은 에어부산(298690)이다. 에어부산의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60.0% 줄어든 15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매출은 10.9% 감소한 223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272450)의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컨센서스는 각각 240억 원, 351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3%, 3.7% 줄어들 전망이다.

LCC 여객 0.2%↑ < 공급좌석 3.5%↑…'유럽취항 1년' 티웨이만 웃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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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의 실적이 줄줄이 떨어진 건 3분기 여객 수요 회복은 둔화된 반면 공급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국적 항공사 10곳의 공급 좌석은 3764만여 석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그러나 3분기 이를 이용한 여객수는 3193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공급과잉 현상은 FSC보다 LCC에 집중됐다. LCC 8곳의 3분기 공급좌석은 2137만여 석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여객수는 0.2% 늘어난 1835만여 명에 불과했다. 이 기간 FSC의 여객 증가율(4.4%)이 공급좌석 증가율(3.9%)을 웃돈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LCC에서 잇달아 발생한 항공 사고 여파로 LCC 탑승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마무리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급좌석 규제가 본격 시작된 점도 항공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공정위는 양사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양사의 노선이 겹치는 87개 국내외 노선 중 40개 노선에 대해 연간 총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으로 유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지키기 위해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은 인천~괌 노선을 증편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푸껫 노선을 재운항했는데, 실제 여객 수요는 이에 미치지 못해 LCC와 저가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원인으로는 고환율이 지목된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 1352원까지 하락했다가 꾸준히 올라 지난달 말 약 4개월 만에 1400원을 다시 돌파했다. 항공사들은 전체 영업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약 30%)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수익 악화로 직결된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0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과 160억 원의 현금흐름 부족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전 순이익이 4587억 원이 감소하는 구조다.

다만 티웨이항공(091810)은 상장 항공사 6곳 중 유일하게 3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60억 원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이어오던 적자를 6개 분기 만에 끊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 국내 LCC 최초로 유럽 4개 노선(로마·파리·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에 차례로 취항했는데, 대표적인 항공 비수기인 지난 2분기에도 탑승률이 80%를 웃돌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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