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로 이동하는 반도체 공급망 축…삼성·SK '현지생산 안정화' 핵심

'칩스법' 등 반도체 투자 적극 유도…2027년 亞 투자 규모 넘는다
삼성·SK, 현지 빅테크 기업과 협업 경쟁 치열…정부 역할도 중요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삼성전자 제공)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글로벌 반도체 공급의 중심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현지 생산 체계를 얼마나 빨리 안정화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춘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선택의 기준은 '안정적인 품질 확보'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반도체 기업들에 자국 내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나서며 투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은 인공지능(AI)칩 설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형성됐지만 앞으로는 엔비디아, 오픈 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제조·공정 등 모든 과정이 미국 내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미 현지 투자를 진행 중인 만큼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에 선제적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관세 협상 등 기업들의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美, '칩스법' 등 국내 반도체 투자 적극 유도…2027년 亞 투자 규모 넘는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자국 내 투자를 적극 유도하며 반도체 국산화에 나서면서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1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내 반도체 투자 규모는 올해 210억 달러(30조 원·전세계 약 19%)에서 2028년에는 430억 달러(61조 원·약 31%)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후 2030년 1580억 달러(225조 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는 2027년부터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 내 투자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반도체 투자는 공급망의 축이었던 아시아에서 주로 이뤄졌다. 올해 기준 아시아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전 세계의 79.3%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설계 중심이었던 미국이 반도체 제조·공정 등 공급망을 빠르게 구축하고 나서면서 중심축도 이동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중심으로 기업들에 국내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나서면서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미국 내 생산 시설들을 짓고 있다.

여기에 더해 'AI 호황'에 힘입어 오픈AI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빅테크 기들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서면서 현지 반도체 생산시설 구축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현지 투자' 삼성·SK, 빅테크 기업과 협업 경쟁…'관세 협상' 등 정부 역할도 중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변화하는 산업 흐름에 맞춰 미국 현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이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해당 공장에서는 4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운영할 예정이며, 2나노 공정을 활용해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인 'AI6'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 반도체 패키징 공장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해 이곳에서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최종 생산 및 R&D를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이곳 시설을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과의 HBM 생산·R&D 협력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축이 미국으로 옮겨지는 만큼 향후 현지 생산 능력은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에 주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 오픈 AI 등 빅테크 기업들과 AI 협력을 위해서는 미국에 상당 부분 생산시설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업 입장에선 AI 특수가 계속되는 동안 미국 현지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이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공급망이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면 현지 생산 능력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현지 투자가 제대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장 해결해야 할 관세 협상 등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통상·관세 협상을 막바지 조율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관세 협상의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협상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게 향후 투자 등 결정에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