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살처분 심리치료 지원 1건"…어기구 의원 지적에 수의계 공감
열악한 근무환경·잦은 안전사고, 가축방역관 감소
"처우 개선·살처분 투입인원 심리치료 지원 필요"
-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 국회에서 가축방역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수의계가 공감했다.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시)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축 살처분·매몰 현장에 총 3만5,187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사후 심리치료를 지원받은 사례는 단 1건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가축 살처분과 매몰지는 183개소가 조성됐다. 이 과정에 투입된 인력은 3만5,187명. 그러나 같은 기간 방역 인력에 대한 심리치료 및 상담 지원 실적은 2021년 전남 영암군에서 가축방역관 1명에게 국비 56만9,000원이 지급된 것이 전부였다.
정부는 연간 2,000만 원의 심층치료 예산을 편성해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집행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어 의원은 현장 인력 상당수가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는 데다 정책 홍보예산조차 따로 편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2017년 살처분 참여 인력의 트라우마·우울 위험을 지적하며 심리치료 강화를 권고했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방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꾸준히 이어졌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역 인력의 안전사고·부상 사례는 총 45건으로 조사됐다. 이 중 공수의는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원 미비와 근무여건 악화로 인해 방역 인력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가축방역관은 2020년 975명에서 지난해 734명으로 25% 감소했다.
공중방역수의사와 공수의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가축방역 인력은 같은 기간 2,688명에서 2,330명으로 감소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무기계약직 인력은 5년간 359명이 퇴사하는 등 정원 미달이 지속되고 있다.
어기구 의원은 "사육 밀도가 높은 국내 축산 환경에서 가축전염병은 한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다"며 "방역을 책임지는 가축방역관들은 낮은 처우, 안전사고, 심리적 트라우마 속에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가축방역관의 처우 개선과 가축 살처분 투입 인원들의 심리치료 지원 확대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 축산농가가 안심하고 가축을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어기구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수의계는 "정치권이 가축방역관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가졌다"며 반색했다.
김민성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 회장은 "공방수는 지역별 가축 사육 현황과 인력 부족 상황에 따라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하고 수당과 근무환경 개선, 방역관·검사관 등 전문 직역과의 제도적 연계를 통해 국가 방역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계는 그동안 정부 시책이 축산농가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정작 현장에서 질병 예방 업무를 하는 가축방역관과 공중방역수의사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고 비판해왔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동물감염병 차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료인력인 수의사의 관리"라며 "재난형동물감염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처우 개선을 이뤄 많은 수의사들이 농장동물 질병 예방 업무에 투입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살처분으로 인한 농가 보상보다 예산도 훨씬 절감될 것"이라며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이제는 살처분을 줄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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