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보다 조직력"…故 최창걸 명예회장이 말한 고려아연 성공 비결
"흙가루 하나하나로 다져진 회사"…합심의 리더십 유산
최윤범 회장, 부친 뜻 이어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도약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고려아연이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한 것은특정 몇 명이 아닌 전 임직원의 힘 덕분"
'비철금속 업계의 거목' 고(故) 최창걸 고려아연(010130) 명예회장은 생전에 개인보다 조직의 힘을 중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6일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철학은 오늘날까지도 고려아연의 경영 DNA로 남아 있다.
최 명예회장은 2014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사내 인터뷰에서 "누구 하나 큰 영웅이나 대단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라 전 직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다. 나는 개인보다는 조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기 업무를 잘해주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열심히 일해주어 이렇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주니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회사의 진정한 강점이 구성원 모두의 헌신과 협력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 명예회장의 철학 속 고려아연은 '자원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부터 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 전략광물, 금·은 등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 꼭 필요한 금속을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했다.
그가 이끌던 조직력은 외부의 도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외풍을 결속력으로 이겨냈고, 세계 공급망 안정화와 국가 경제안보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7조 6582억 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정부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전략광물 게르마늄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며 중국 수출 통제로 불안정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 명예회장은 경영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아동복지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장학금 지급과 임직원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섰으며, '고려아연 전 임직원 기본급 1% 기부운동'을 직접 제안해 이끌었다.
부인 유중근 여사(전 대한적십자사 총재·현 경원문화재단 이사장)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2013년에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이라는 최 명예회장의 철학은 장남인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게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신사업 전략으로 추진하며 50년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100년 기업으로 나가고 있다. 이는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길 바랐던 최 명예회장의 뜻과도 맞닿아 있다.
1941년 황해도 봉산군 출신인 최 명예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뒤 1974년 고려아연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을 맡아 회사를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은퇴 후에도 명예회장으로서 현장을 지키며 후배들에게 '겸손과 협력'을 강조했다.
최 명예회장의 장례는 7일부터 나흘간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맡았으며,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8시에 열린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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