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K기업]③밖에서 치이고 안에서 골병…韓 기업 '내우외환'
정부, 기업 옥죄기 법안 '속도전'…경제계 목소리 반영 안 돼
"정부 사실상 친노조…글로벌 경쟁 위해 대대적 지원 해야"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밖에서는 트럼프 관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에 치이고 안에서는 기업 옥죄기 법안에 치이고…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 형국입니다"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내걸었던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연이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추가 규제도 예고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상법과 노동조합법 2·3조(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에 이어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중대재해를 반복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입찰 참가를 최대 3년까지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까지 발표했다.
'트럼프 관세'와 중국의 추격 등 해외 요인만으로도 힘든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대미 협상 지원과 청년 고용 확대 등에 적극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채찍' 뿐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제계는 대표적인 기업 옥죄기 법안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을 꼽는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 가능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제계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으로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했다. 두 차례 이뤄진 상법 개정은 이사회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경영권 분쟁과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경제계는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정부의 공약인 만큼 대안을 제시하면서 절충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속도전으로 빠르게 입법을 마무리한 뒤 경제계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법이나 상법 개정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당연한 제도화 수순으로 봤지만 생각보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급박하게 이뤄졌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노란봉투법은 시행 전임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팽배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쟁의 투쟁 활동을 기업은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파업 시 대체 근로를 허용하는 등 기업이 대비할 수 있는 카드라도 함께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주 4.5일제로 대표되는 실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면서 경제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근로 시간 단축은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고 인력 확보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 기업의 경영 환경을 악화하는 주요 정책이 추진되면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며 "근로 시간 단축 문제에 있어서 경제계의 우려와 의견을 잘 반영해 줬으면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경제계는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나아간다면 기업이 처한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이는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최근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 중인 대만의 사례는 기업 환경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만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 8066달러로 한국(3만 7430달러)을 22년 만에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결과는 양국의 기업 환경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법인세율(한국 24%, 대만 20%)과 상속세 최고세율(50%, 10%)만 보더라도 양국 기업이 처한 상황은 극과 극이다.
기업 환경의 차이는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각 국가의 성장동력인 반도체 산업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달 4일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 "규제의 벽을 제거해야 성장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누가 보더라도 지금 정부는 사실상 친(親)노조"라며 "경영계의 우려 중에 들어준 것이 무엇이냐. 최근 배임죄 완화 정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 최근 사안들과 등가 교환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기업은 자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각종 규제 등으로 몸이 무거워 보인다"며 "지금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어렵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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