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국산화·배터리 내재화…현대차그룹 '수직계열화' 드라이브

車반도체 국산 비중 2배 확대…배터리 내재화로 설계·가격 경쟁력↑
"수직계열화, 공급망 리스크↓…미래 모빌리티 시대 적극 대응"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18/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넘어 전동화 시대 비중이 큰 배터리와 반도체까지 수직계열화를 확장하고 있다. 완성차 밸류체인을 강화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012330)를 중심으로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산 생태계를 조성해 차량용 반도체 밸류체인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반도체 포럼을 열고 지난해 5% 수준이던 반도체 국산화율을 2030년 10% 이상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현대오트론의 반도체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표준화해 사용량을 늘리고, 현대차(005380)는 국산 반도체 채용을 현행 5%에서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프리미엄 차량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 솔루션에 차량용 LPDDR4X(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 4X)에 대한 인증을 획득하며 본격적인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제공) 2024.8.27/뉴스1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당시 겪었던 '차량용 반도체 대란' 때문이다.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기아(000270)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47만대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전망이 밝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로 보인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차(SDV) 등 미래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반도체가 최소 6배 이상 탑재된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 성장, 2030년 약 138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또 배터리 내재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량 양산은 아니지만, 연구개발(R&D)과 파일럿(시범 운영)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2032년까지 9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재 R&D본부에 배터리개발센터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남양·의왕·마북 등에 배터리 개발 거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6/뉴스1

특히 현대차그룹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경기 안성에 배터리 연구단지와 2GWh급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생산 라인까지 갖출 예정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배터리 개발 및 설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투입을 해도 (배터리 셀) 대규모 양산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배터리 기술 역량을 갖춰 향후 배터리 업체와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와 배터리 내재화로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완성차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업체다. 자동차의 뼈대가 되는 철강부터 부품, 완성차까지 주요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생산 시스템뿐 아니라 운송, 금융 서비스까지 자동차 산업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한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가 생산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및 DB 금지) 2025.3.27/뉴스1

업계는 수직계열화 체제는 공급망 리스크 대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시장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 글로벌 3위로 도약했다"며 "전기차 및 배터리, 반도체 기반을 구축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준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