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챙긴 LG, '빅딜' 실탄 장착…'색깔' 드러내는 구광모 회장

LG전자 인도법인 IPO·LG화학, 엔솔 지분 매각…각각 2조 확보
구광모, 신사업 육성·선택과 집중 강조…M&A·지분투자 가능성

구광모 LG그룹 회장(LG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1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LG(003550)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전자(066570)와 LG화학(051910)이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각각 2조 원 규모의 '실탄'을 마련했다. 고조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동시에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자금을 활용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포트폴리오 재편이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광모, ABC 신사업 육성…'될 사업' 키우는 선택과 집중

2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대 1조 8350억 원을, LG화학은 보유한 LG엔솔 지분 575만주를 처분해 1조 9981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같이 LG전자와 LG화학이 확보한 약 4조 원 규모의 실탄은 구광모 회장의 신성장 동력 육성 전략을 가속하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ABC'를 점찍었다. 그러면서 지속해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사업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사장단 회의에서는 "경영환경 변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났지만, 우리의 사업 구조 변화는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도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 HVAC·로봇 B2B 확대…추가 M&A 가능성

이런 전략에 따라 LG전자와 LG화학은 전사적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LG전자의 대표 신사업은 AI 확산, 기후 변화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관리하는 고효율 냉각 설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해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활용해 칩을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설루션,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를 이용해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를 낮추는 공기냉각 설루션 기술 개발과 공급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주력 사업인 가전과 TV가 경쟁 심화와 수요 정체로 고전하면서 B2B(기업간거래) 사업인 HVAC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월에는 수천억 원을 들여 노르웨이의 온수 설루션 기업 OSO를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500억 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시에 차세대 HVAC 기술을 개발 거점인 연구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HVAC뿐 아니라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로봇 등 B2B 사업에도 공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인도법인 IPO를 통해 확보한 1조 8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분투자, 인수합병 등 미래 성장 차원의 투자 동력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LG화학, 소재·바이오 육성…경쟁사 대비 유동성 우위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신약을 3대 신사업으로 육성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4조 원을 들여 미국 테네시에 연산 12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고, 올해부터 고려아연과의 합작법인이 연산 2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양산한다. 지난 2023년에는 7000억 원을 들여 미국의 항암신약 개발기업 아베오를 인수하는 등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LG엔솔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2조 원을 활용해 신사업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그간 신성장동력에 투입된 차입금도 상환해 재무구조도 개선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 외에도 LG엔솔 보유 지분을 활용해 추가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 국면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