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환율 1400원 재돌파…항공업계, 앉아서 수백억 손실

실적 '빨간불'…달러 결제 많아 고환율 부담
2분기 상장 LCC 4곳 모두 적자…"해외 중정비 의존도 낮춰야"

지난 1일 오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1403원에 거래되는 모습(자료사진). 2025.10.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약 4개월 만에 1400원을 다시 돌파하면서 항공업계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유류비, 정비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탓에 고환율은 실적 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여객 노선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항공사들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0.3원 오른 1403.2원을 나타냈다. 지난 4월 1487원을 찍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 1352원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오르는 추세다.

환율 상승은 항공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0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과 160억 원의 현금흐름 부족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전 순이익이 4587억 원이 감소했다. 제주항공(089590)은 환율이 5% 상승하면 249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달러 결제' 유류·정비비, 영업비용 40%…여객 경쟁에 고환율 걱정 덤으로

항공사들이 환율 상승에 취약한 것은 영업비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비가 주로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반기 지출한 유류비는 3조 4286억 원으로 전체 비용의 2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전체 비용의 30%인 1조 1987억 원을 유류비에 썼고, 제주항공은 유류비 비중이 31%에 달했다.

자체 중정비 역량을 갖춘 대한항공을 제외하면 정비비 지출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3561억 원을 정비비로 사용했는데, 전체 영업비용의 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전체 영업비용의 9%인 706억 원을 정비비에 썼다. 정비비는 상당액이 해외 정비 업체에 중정비를 맡기거나 항공기 제조사로부터 부품을 수급하는 데 들어가기 때문에 이 역시 달러로 결제한다.

항공업계는 올해 들어 수익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항공 참사로 1분기 여객 수요가 주춤했던 데다 전통적인 여객 비수기인 지난 2분기에는 수요 위축을 극복하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중·단거리 노선에서 할인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상장 LCC 4곳 모두 지난 2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1400원 굳어지면 올해 흑자전환 어려워"…환율 리스크 '헷지' 총력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항공사별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대한항공 14.2%, 아시아나항공 62.0%, 제주항공 97.5%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수백 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1400원 상황이 굳어진다면 상당수의 항공사는 올해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고환율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금기획팀에서 5명의 리스크 관리 담당이 근무하며 환율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다양한 파생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산업은행 등 4개 금융기관과 달러화를 미리 정한 환율로 만기인 지난 7월 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위험관리위원회에서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여객 사업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재구매에 활용하는 내재적 헷지(natural hedge) 방식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환율 리스크 헷지를 위해 산업은행과 총 656만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기적인 외환 헷지 전략뿐만 아니라 외화 수익 구조를 확대하고 중정비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항공 B747-8i 항공기가 지난달 10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동하는 모습(자료사진). 2025.9.10/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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