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승 101패' 한번도 이기지 못한 경주마 '차밍걸'의 투혼
한국 경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 남겨
우승 못했으나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101전 0승 101패."
'1등'이 절대적인 경마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한 말이 있다. 바로 '차밍걸'이다. 통산 성적은 101전 101패. 한국 경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많은 이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도전의 상징으로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차밍걸은 2008년 데뷔 후 101번의 경주에 출전했지만, 단 한 번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패배의 아이콘'이었지만, 묵묵히 달려온 여정에 많은 경마 팬은 박수를 보냈다.
경마에서 말은 50회 이상 뛰면 은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보다 훨씬 일찍 경주로를 떠난다. 그러나 차밍걸은 성적과 무관하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출전했고, 이는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줬다.
차밍걸이 유명세를 탄 것 90연패를 지나면서부터다. '경마 역사상 보기 드문 연패 기록'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일종의 '언더독 스타'가 됐다.
결국 차밍걸은 2013년 9월 28일, '0승 101패'라는 기록을 남기고 현역 생활을 마쳤다. 은퇴식에서 그는 많은 팬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승리를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던 차밍걸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은퇴 후에도 차밍걸은 한국마사회 목장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갔다. 경주로에서의 패배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다.
많은 팬이 은퇴 후에도 차밍걸을 찾아와 사진을 찍고 추억을 공유했다. 어린이와 일반인들이 말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도우며 경마장 언더독에서 '체험용 마스코트'로 변신했다.
이후 차밍걸의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책으로도 출간됐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린다"는 교훈을 주며 도전과 끈기의 가치를 전하는 상징이 됐다.
차밍걸은 승용마 생활을 하던 중 2015년 말 산통(말의 복통 질환) 증세를 보여 고통이 심해졌고, 안락사가 결정됐다.
그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지만, 존재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성적은 중요하지만 차밍걸은 '승리보다 값진 것'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차밍걸의 스토리를 읽은 한 독자는 리뷰를 통해 "차밍걸을 보면서 진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101번의 패배 속에서 탄생한 차밍걸은 이제 한국 경마 역사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이름이 됐다. 그가 남긴 감동은 한가위 같은 따뜻한 날에 계속 회자되며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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