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대규모 발주 임박'…K-조선 "도크 비우고 어서오세요"

루이지애나用 20척 포함 美 80척 필요…韓 '도크 확보' 주력
加 개발, EU 러시아 제재 호재…'美선박 의무화 반발' 리스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자료사진(HD현대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K-조선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재개 기대감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북미 지역에서 LNG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업계가 중국 대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대표적 고부가 선종인 LNG 운반선 수주를 위해 선제적으로 도크를 비워두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다만 미국 LNG 업계가 중국 선박 사용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점은 잠재적 리스크여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美 FID 확정 5개 프로젝트, LNG 80척 필요…캐나다도 생산 확대

29일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호주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는 16~20척의 LNG 운반선을 새로 건조하기 위해 조선사들과 초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우드사이드는 2029년부터 LNG운반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사이드는 새로 건조한 선박을 미국 LNG 프로젝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앞서 우드사이드는 지난해 미국 현지 LNG 대기업인 텔루리안을 부채 포함 12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올해에는 루이지애나 LNG 프로젝트에 175억 달러(약 24조 7300억 원)를 투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LNG운반선 건조 가격은 올해 기준으로 1척에 2억 5000만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감안하면 20척을 모두 건조한다고 가정할 경우 50억 달러(약 7조 원) 상당의 대규모 수주가 예상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우드사이드의 루이지애나 프로젝트를 비롯해 미국에서 코퍼스 크리스티, CP2 페이즈1, 리오 그란데 LNG 트레인4, 포트 아서 페이즈2까지 5개 LNG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FID)을 확정 지었다. 이들 5개 프로젝트의 연간 LNG 생산 목표는 5400만 톤으로 대형 LNG 운반선 80척 분량에 해당한다.

캐나다도 자국 최대 LNG 프로젝트인 LNG캐나다의 연간 생산량을 1400만 톤에서 2800만 톤으로 2배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척 이상의 LNG운반선 수요가 새로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 프로젝트의 경우 경쟁국인 중국 대비 국내 조선소들이 수주에 있어 비교적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으로 K-조선과의 협력을 늘려가려는 기조인 반면 중국에는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10월부터 자국 항구에 들어오는 중국 기업 운영·소유 선박에 대해 톤당 50달러, 중국산 선박에 대해 톤당 18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산 LNG 수출 시 자국 선박 사용을 의무화하는 미국 통상법 301조 및 존스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HD현대(26725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업계에선 대규모 LNG 운반선 수주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드윈즈는 "한 한국 조선소는 2028년에 인도해야 하는 대형 유조선(탱커) 신조 문의를 거절하고 고부가가치인 LNG선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루이지애나주 핵베리에 있는 캐머런 LNG 수출기지에서 연설을 하기위해 도착한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U, 러 제재로 20척 필요"…"美 선박 사용 의무화 우려·호재 요소 공존"

북미 지역 외에도 LNG 운반선 수요가 필요할 것이란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기존 2028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러시아산 LNG 수입 중단 조치를 2027년 1월로 1년 단축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한다고 가정하면 EU의 단계적 천연가스 금수조치에 따른 LNG 운반선 신조 수요 효과는 약 20척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정체기를 겪었던 LNG 운반선 신조 수요가 올해 말이나 내년을 기점으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 LNG 업계가 중국산 선박에 대한 제재가 오히려 LNG 수출을 위축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점은 국내 조선업계의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해상 지배력을 억지하기 위해 추진하려 했던 LNG 업체 대상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LNG 업체들은 미국산 선박만을 사용해 LNG를 운송할 경우 LNG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하락할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LNG 수출 시 미국산 선박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를 완화해 중국 견제 기조가 후퇴한다면 우려스러운 지점이지만 현지에 건조 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국내 조선사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며 "규제 완화 가능성과 함께 방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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