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대미 협상 지원' 앞장, 돌아온 건 '규제'…경제계 '허탈'

노란봉투법·상법 개정 이어 법인세 인상, 산재 과징금…'채찍'만
대만에도 추월 위기…"기업 환경 차이 커, 정부 사실상 친노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업들이 대미 협상 지원과 청년고용 확대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계속되는 '규제' 신설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연달아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상법과 노동조합법 2·3조(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에 이어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중대재해를 반복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입찰 참가를 최대 3년까지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대만과 비교하며 정부가 나서 기업 환경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들 정부 지원 나섰지만…돌아오는 건 '규제'뿐

21일 경제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정부의 요구에 따라 대미 협상 지원, 청년 고용 확대 등 전면 지원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지난달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정부의 대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사절단으로 방미길에 올렸다.

정상회담에 동행한 재계 총수들은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정부가 대응할 수 있게 적극 지원했다.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기업들의 지원 사격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 고용난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요구하자, 삼성, SK, 현대차, LG, 한화, 포스코 등 주용 그룹들이 총 10만 명 이상의 채용 계획도 내놨다.

이처럼 기업들은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부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지만 반대로 기업들이 받아 든 것은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경직된 주 52시간제와 4.5일제 논쟁, 법인세 인상, 산재 처벌 강화 등이다. 정부는 규제 근거로 형평성을 내세웠지만 이런 규제들은 글로벌 기준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韓 경제 대만에도 추월 위기…"기업 환경 차이 커, 정부 사실상 친노조"

경제계는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나아간다면 기업이 처한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이는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최근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대만의 사례는 기업 환경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만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 8066달러로 한국(3만 7430달러)을 22년 만에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4.45%, 2026년에는 2.8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경기 침체를 겪는 사이 대만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에는 양국의 기업 환경 차이가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법인세율(한국 24%, 대만 20%)과 상속세 최고세율(50%, 10%)만 보더라도 양국 기업이 처한 상황은 극과 극이다.

기업 환경의 차이는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각 국가의 성장동력인 반도체 산업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4일 기업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 "규제의 벽을 제거해야 성장력이 계속 일어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누가 보더라도 지금 정부는 사실상 친(親)노조"라며 "경영계의 우려 중에 들어준 것이 무엇이냐. 최근 배임죄 완화 정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 최근 사안들과 등가 교환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기업은 자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데 우리나라 기업은 각종 규제 등으로 몸이 무거워 보인다"며 "지금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어렵게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대적인 지원을 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