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대신 '처벌'…노동 안전 대책, 경제계 요구 또 반영 안 돼

주요 현안에서 경제계 요구 번번이 '패싱'
또 노조 권한 강화…경제계 '불만·우려' 경제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5.9.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정부가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을 끊어내고자 내놓은 '노동 안전 종합 대책'에 경제계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작업 중지 또는 시정 조치를 요구할 권리를 신설하면서 노동조합의 권한이 대폭 확대됐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중대재해를 반복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공공입찰 참가를 최대 3년까지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경제적 제재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노동부 장관이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고 중대재해 발생기업은 신속히 수사해 송치·기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제계, 엄벌주의 기조 완화 건의서 제출…결과는 '강력 제재'

재계는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대책 발표 전부터 처벌 위주의 방식으로는 산업 재해를 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냈지만 이번에도 반영은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귀를 닫고 듣지를 않으니 경제계가 무기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입장 반영을 해주지 않아서) 아쉽다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제계는 정부의 대책 발표 전부터 지속해서 엄벌주의 기조 완화를 요구해 왔다. 경총은 지난달 산재 예방 정책 개선 토론회를 열고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해선 처벌 강화보다는 예방 체계를 강화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달에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과 제재로는 사망재해 감소 효과가 미미하기에 산업안전 정책을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경영계 건의서도 정부에 제출했다. 정부가 준비하는 '노동 안전 종합 대책'이 수사·처벌, 경제 제재에 집중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달 정부에 '경제형벌 개선 건의'를 통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불합리한 형벌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 줄 것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경제계의 계속된 건의는 이번 정부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노조의 권한은 이번에도 강화됐다. 노동자가 직접 사업주에게 적극적으로 작업 중지 또는 시정 조치 요구 권리를 신설하고 노동자 작업 중지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누가 보더라도 지금 정부는 사실상 친(親)노조"라며 "경영계의 우려 중에 들어준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그는 "최근 배임죄 완화 정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 최근 사안들과 등가 교환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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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상법 입법 과정에서도 경제계 입장 반영 실패

문제는 정부의 주요 정책에 있어서 경제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노동안전 종합대책뿐 아니라 경제계가 가장 민감해했던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상법 등에서도 경제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특히 노란봉투법의 경우 경제계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활용했지만 설득은커녕 입장 반영에도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경제 6단체가 국회에서 모여 결의대회를 열었고 재계의 큰 어른인 손경식 회장은 경총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읍소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제임스 김 회장 역시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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