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국가 경쟁력 흔드는 이재명 정부 원전 정책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후 본격적으로 내놓는 원전 정책은 국민적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이어진 '탈원전 기조'가 그대로 국정에 반영되면서 산업계와 국민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가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며 투자 경쟁에 나서는 지금, 한국만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의 정책은 경제·환경·안보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원전 비중을 줄이는 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원전 건설 기간이 15년이기에 신규 원전의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발언으로 비판받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최소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임기만 채우면 된다는 근시안적 시각으로는 국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현실은 냉혹하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감당하기 위해 LNG 발전 가동이 늘어날 것이며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의 높은 단가는 전기요금의 상승 압박을 키우게 된다.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이 기업의 원가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을 우회하는 직접 구매나 해외 공장 이전을 고려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이런 악순환으로 한전의 적자는 늘고 국내 일자리가 줄어 서민 가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5년 동안 한전의 부채는 60조 원 늘어났다. 그 결과 국내 전력산업이 취약해졌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적 요인을 극복하지 못해 한전 부채 2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과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대통령이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걱정스럽다.
이재명 정부는 탄소중립을 강조하지만, 원전 축소가 불러올 미래는 정반대다. 1기 원전을 대체하려면 태양광의 경우 6배의 용량과 이를 보조할 가스 발전이나 에너지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 등의 보고서들을 보면 지난 10여년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크게 늘었지만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의미 있게 줄지 않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늘어난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신규 원전의 건설 없이는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해지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이미 원전을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에너지'로 공식 인정해 왔다. 프랑스·영국·미국·중국 모두 차세대 원전을 국가 전략으로 육성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원전을 줄인다면 유럽연합이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에서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이미 한 차례 붕괴 위기를 겪은 원전 산업 생태계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으로 다시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다. 원전 기업들은 신규 수주가 막히며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받던 한국 원전 기술력이 무너질 위기에 놓일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원전이 단순한 발전 기술을 넘어 수출 전략 자산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UAE와 체코 원전 수출 성공으로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했으나 현재와 같은 기조가 이어진다면 신규 수출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국가 외교력과 경제력의 손실로 직결된다.
재생에너지는 원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기저 전력으로써 원전 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도 불가능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 기본 상식을 외면한 채 이념적 선택에 매달리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실용이어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게 활용해야만 전력 안정성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안전성과 효율성을 갖춘 국가다. 이를 활용하지 않고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저버리는 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곱씹어 봐야 한다.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 탄소중립 역행, 산업 생태계 붕괴라는 삼중고가 다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은 미래 세대 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 10년이 아니라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국가의 미래를 지켜야 할 책임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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