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차분한 대응 뒤엔 구광모 회장의 '조용한' 지원 있었다
"사태 직후 3가지 원칙 제시…"안전 최우선, 정부와 긴밀히 협력"
"협력사 직원도 동등하게 지원"…출장 프로세스 재검토 주문
- 박기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안전하고 신속한 귀국에 그룹 차원의 모든 자원 총력 지원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라. 구금에서 해제, 귀국하는 LG에너지솔루션 직원뿐 아니라 협력사 모든 직원에 대해서도 전폭적으로 동등하게 지원하라. 해외 사업장 운영 전반의 시스템 개선을 면밀하게 살펴봐 달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직원 구금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직원들의 안전한 귀국을 최우선 주문하며 '조용한 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사태 발생 이후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 당국의 단속으로 구금됐던 우리나라 한국인 직원 316명과 외국인 14명을 포함한 330명이 12일 오후 전세기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구금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의 안전한 귀국 장면에 우리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들의 귀국 과정 전후에 이뤄진 차분하고 신속한 대응이 화제였다. 미국 정부와의 구금 해제 협상부터 우리 국민을 태우고 올 전세기부터 귀가 차량 서비스, 장기 유급 휴가까지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구금 사태 직후 LG 지주사와 계열사가 참여하는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구 회장은 구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주요 경영진과 소통하면서 미국 정부와의 논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긴밀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 회장은 구금된 LG에너지솔루션 및 협력사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들이 신속하게 귀국할 수 있게 LG그룹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지원할 것으로 당부했다. 또한 구금 사태를 조속하게 수습하고자 정부 및 관계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김동명 대표와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 구금 직원 문제 해결을 위한 필요 사항을 면밀히 살폈다. 구금 해제 협상 과정에서도 정부와 LG에너지솔루션이 원팀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관련 부처, 경제단체, 기업이 한마음으로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와 조기 석방 추진 등을 위해 논의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우리 국민의 귀국이 결정된 후의 지원 방안에도 철저한 지원을 지시했다. 실제, 구금 기간 열악한 시설에서 끔찍했던 식수와 음식 수준으로 지내면서 구금자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구금자 중에는 초기 임산부도 있었다. 구금 직원들이 받은 정신적인 충격 역시 상당했다고 한다.
이에 구 회장은 구금됐던 직원들이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게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까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구 회장의 특별 주문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직원을 비롯해 협력사 직원이 희망하면 개별적으로 운전기사가 포함된 차량을 제공했다. 불안에 떨었던 가족들 역시 지원 대상이었다. 가족들이 자택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고 복귀하는 전 과정을 지원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희망자 전원에게 담당자 1명씩 배정, 맞춤 케어도 진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본사 및 협력사 직원 모두에게 귀국 직후부터 추석 연휴 종료까지 유급 휴가도 제공하고 귀국 후 4주 내 건강검진 및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해외 국적 보유자는 숙소 및 자국 복귀 항공권 전액도 지원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구금 해제 및 귀국에 대한 지원과 함께 미국을 포함한 해외 사업장 운영 전반의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출장 및 근무와 관련된 프로세스에서 개선할 부분을 면밀하게 살펴봐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언제든 제2의 조지아 구금 사태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기에 사전에 철저하게 예방, 직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계획된 사업 역시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들은 전자여행허가(ESTA) 프로그램을 통한 미국 출장을 금지하는 등 출장 가이드를 마련했다.
그간 미국 출장에 단기 상용 비자(B1)나 ESTA를 이용했던 관행에 이번에 제동이 걸렸고 한미 간 비자 문제 해결 방안 논의가 추진될 예정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도 협력 공장을 건설하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비자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해선 "당연히 같이 소통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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