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암' 냉동고, '천연광물' 식세기…뜨거운 IFA 친환경 전쟁
리페르, 화산암 단열재 냉동고로 재활용 가능성 극대화
보쉬·지멘스, 물 흡수해 열 내뿜는 '제올라이트' 식세기 적용
- 박주평 기자
(베를린=뉴스1) 박주평 기자 =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에서 '인공지능(AI) 홈' 못지않게 주요한 주제가 '친환경'이다. 유럽은 제도적으로 친환경 관련 규제가 까다롭고, 소비자들도 친환경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독일의 주요 가전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 그 이상의 '탄소 중립'(넷 제로)을 실천하기 위한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찾은 독일의 프리미엄 가전기업 리페르(Liebherr)는 IFA 2025 부스에서 내년 출시할 친환경 완전 진공 냉동고 'FNXa 522i'의 양산형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리페르는 건설 장비와 산업 기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가전 부문에서는 산업용 기계를 다루는 기술력을 발휘해 정밀한 온도 제어, 효율적인 단열, 내구성이 중요한 냉장고·냉동고에 특화됐다.
일반적인 냉동고는 폴리우레탄 폼을 단열재로 사용하는데, 리페르는 FNXa 522i에 화산암을 소재로 활용한 '블루록스'(BluRoX) 단열재를 최초로 적용했다. 이를 통해 단열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냉동고 자체의 수명과 재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폴리우레탄 폼을 사용한 제품은 수명이 다했을 때 폼과 센서, 전기 부품 등이 뒤섞여 있어 깨끗한 금속이나 플라스틱을 분리하기 어렵지만, 블루록스 냉동고는 수명이 다해도 단열재와 다른 부품을 쉽게 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다. 또 냉동고 하부에 분리되는 테크 모듈이 있어,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테크 모듈만 교체하면 돼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350리터 용량인 이 제품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연간 114킬로와트시(kWh)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냉동고의 연간 소비전력은 250kWh 이상이다.
카르스텐 벨란은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은 TV와는 다르다"며 "가전제품은 TV와 달리 필수적이고, 24시간 작동하기 때문에 제품을 15년, 20년 이상 사용하도록 설계한다"고 말했다.
리페르는 작은 부분에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설계를 적용했다. 리페르 냉장고는 재료를 넣거나 뺄 때 냉장고를 열어두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손으로 간편하게 트레이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벨란은 "리페르는 전기요금 청구서에 찍힌 숫자만이 아니라 효율성을 재정의한다"며 "작은 순간순간이 제품을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대표 가전 기업인 보쉬와 지멘스 전시장에도 친환경을 위한 고민이 묻어났다. 두 회사 모두 식기세척기 소재에 '제올라이트'(Zeolith)를 적용해 식기세척기의 에너지효율을 향상했다.
제올라이트는 수분을 흡수하면서 열을 방출하는 특성을 가진 천연 광물로, 세척이 끝난 후 습기를 제올라이트가 흡수하면서 뜨거운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이 다시 제품 내부로 순환돼 식기를 더 빠르게 건조한다. 이 과정에서 건조에 드는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20% 줄일 수 있다. 또 세척이 끝나면 자동으로 문이 열려 건조 효율을 향상한다.
독일의 청소 장비·시스템 브랜드 카처(Kärcher)는 전시장에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철학으로 제시했다. 카처의 모든 생산시설은 100% 재생에너지로 얻은 전력으로 가동한다.
청소기 소재에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전면 적용했고, 세제는 옥수수, 밀, 코코넛의 폐기물을 활용했다. 세제 용기 역시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
B2B(기업간거래)용 청소기에 적용된 '에코 모드'를 가동하면 같은 양의 물로 두 배의 면적을 청소할 수 있다.
매장 직원 사스키아 슈나이더는 친환경성이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기업 고객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해 친환경 제품을 찾지만, 일반 소비자는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고객들이 친환경을 요구하기보다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의 가장 쉬운 지속가능성은 내구성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더 많이 생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건 재활용 소재 함량처럼 측정하기 정말 어렵다. 장기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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