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역대 최대'에도 삼성전자·SK하닉 겹악재에 '울상'
알리바바 AI 칩 자체 개발…中 AI 독립 속도
삼성·SK하닉,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고 새 고객 확보 '숙제'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표정엔 근심이 가득하다. 호재보다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묻어난다.
우선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을 자체 제작에 돌입하는 등 중국의 AI 독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AI칩을 독점했던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중국 업체를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에 제동을 건 것도 악재다. 당장 타격은 없지만 앞으로 공장을 증설하거나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재 수출 실적에 안주하지 말고 반도체 수출 다변화 등 상황 변화에 따른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8월 반도체 최대 규모 수출을 이끈 것은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모바일 D램 등 고부가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한 151억 달러(약 21조 358억 원)를 기록했다. 월별 최대 실적이다.
품목별로는 DDR5와 HBM 등 고부가 제품의 호실적이 지속된 데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도 증가했다. 8월 반도체 수출에서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은 각각 69.5%(105억 달러), 27.1%(41억 달러)다.
산업부는 "반도체의 경우 중국의 AI 수요 증가로 수출 호조세를 보였고 미국에선 데이터센터향 수요가 견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겹친 악재가 고부가 제품에 더 큰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리바바가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자체 제작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자체적으로 AI관련 칩을 개발해 시험 중이다. 그동안 알리바바는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칩에 들어가는 HBM 등 부품을 납품해 왔다. 만약 알리바바가 자체 AI칩을 개발하면 엔비디아 칩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울러 알리바바 외에도 다른 중국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H20 칩을 대체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진영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고 국내의 메모리칩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규제도 문제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법인을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VEU는 미국의 개별 허가 없이도 미국으로부터 특정 품목을 반입할 수 있는 예외적인 지위다.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중국에 막대한 설비 투자를 한 만큼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VEU 지위 상실이 현실화하면 중국 공장에 사실상 첨단 장비 도입이 어려워지고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공장에서는 주로 범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추후 첨단 공정 전환 역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겹악재에 노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공급의 상당 부분을 중국 공장에 의존하는 만큼 타격을 피하기를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류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VEU 적용에 따른 반도체 생산라인(Fab) 운영 효율성 저하는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기술 기업도 자체 AI칩 개발에 나선 만큼 기회의 장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시장이 확대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출 다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AI 반도체 기업들의 등장은 단일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 감소, 고객사 및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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