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HD현대, 해양방산 앞서거니 뒤서거니…K-조선 르네상스 시동

HD현중·미포 합병, 경쟁력 강화…한화, 종합 방산 구축
500조 글로벌 함정 시장 정조준…수주 경쟁·원팀 협력 병행

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 야드 전경. (HD현대 제공)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국내 조선·방산업계의 '양강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HD현대가 조선 계열사 합병을 통해 해양 방산 강화에 나서면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최근 HD현대중공업(329180)과 HD현대미포(010620)를 통합, 방산 부문 역량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와 맞물려 향후 국내외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한 조선소다.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미 함정 MRO 사업 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HD현대미포가 갖춘 중형 선박 생산 설비와 인력을 결합하면 보다 다양한 함정 신조·MRO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연평균 21% 성장을 달성해 올해 1조 원 수준인 방산 매출액을 2030년 7조 원, 2035년 10조 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오랜 기간 해양 방산 사업을 영위해왔고, 미국 현지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국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2년 내로 미국, 사우디, 캐나다 등 글로벌 함정 수출 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의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총 2100여 척으로, 그 금액만 약 3600억 달러(약 503조원)에 이른다.

7월 16일(현지시간) 한화필리십야드 5도크에서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이 마무리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 News1 류정민 특파원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잇따라 인수하며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최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 등을 통해 글로벌 해양 방산 네트워크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간 1.5척 생산체계에서 중장기 연간 20척 이상으로 건조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양사가 '적수'(敵手)로만 맞서는 것은 아니다. HD현대는 구축함과 특수목적선을 강점으로, 한화오션은 잠수함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무인수상정(USV)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호주 잠수함 사업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 국내 업체 간 역량 결집을 위한 '원팀' 기조도 병행하고 있다. 당장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서도 최종 결선 그룹에 함께 오른 상태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경쟁하되, 필요할 경우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경쟁적 공존 구도가 이어지며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군비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두 그룹 간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