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자회사 통합' 한화 '필리 7조 투입'…K-조선, 마스가 착착
HD현대, 현중·미포 합병…현지 조선소 인수 검토
한화, 필리 생산능력 확대…삼성, 美업체와 MRO 진출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K-조선'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 가동을 알린 양국 조선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자회사 간 합병을 통해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본격 수주할 체제를 갖췄다.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에 인수 금액의 50배에 달하는 약 7조 원의 자금을 투입, 생산능력을 대폭 향상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특수선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진출할 채비를 마쳤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HD현대중공업(329180), HD현대미포(010620)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간 합병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이번 합병은 미국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등 방산 분야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했고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 MRO 사업 자격에 해당하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8월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도 수주했다.
반면 HD현대미포는 MSRA는 체결하지 않았지만 중형 선박에 특화돼 있다. 대형 선박 건조에 특화한 HD현대중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양사 통합을 통해 HD현대가 중형부터 대형까지 함정 MRO 수주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HD현대는 국내뿐 아니라 현지에서의 마스가 프로젝트 사업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스가 관련 1호 협약을 통해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탈과 손잡고 미국 조선소 인수를 포함한 현지 투자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양측은 조선소를 인수해 현대화할 뿐 아니라 자율운항 같은 첨단조선 기술을 개발하고 기자재 업체에 대한 투자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의 의미는 현지 조선소 인수에 있다. 그간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 관계를,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사와 공동 건조 체제를 구축했지만 직접 투자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르웨이 에너지 기업 아커 그룹 계열사였던 미국 필리조선소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한화그룹이 직접 인수에 나서면서 양측 협력이 무산되기도 했다.
한화그룹 역시 26일(현지 시간)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추가 투자 방안을 내놨다. 50억 달러는 필리조선소 인수에 사용한 금액(1억 달러)의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화는 이를 통해 도크 2개 및 안벽 3개,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필리조선소의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1.5척 수준에서 20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한화오션(042660)이 보유하고 있는 수준 높은 생산 기술을 적용해 장기적으로는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능력도 필리조선소에 주입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함정 건조 능력도 확충해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함정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수출 시 국산 선박 사용 의무화' 정책에 발맞춰 미국 국적 선박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룹의 해운 계열사 한화해운(한화쉬핑)은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 및 LNG 운반선 2척을 발주한 상황이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일감 및 건조 역량 확보, 한화해운은 미 국적 선박 보유를 통한 현지 사업 기회 모색이라는 '윈윈' 효과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이외 삼성중공업(010140)도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비거 마린 그룹은 미국 군함 MRO 전문 조선사로 미국 4개 주에 해군 인증 도크와 가공공장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협약 체결로 삼성중공업은 미국 해군 및 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 참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MRO뿐 아니라 상선 및 특수선 공동 건조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브콜' 이후 미국 현지 사업 기회 확대를 지속 추진해 왔다. 특히 한미 관세 협상의 하나로 한국이 미국 조선업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마스가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조선업체들은 발걸음을 재촉해 왔다.
업계에선 미국 함정 건조 시장이 개방될 경우 시장 규모는 1500조 원대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해군은 지난해 기준 295척인 군함을 2054년 390척으로 늘릴 계획인데 구매 비용이 1조 750억 달러(약 1500조 원) 정도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선·해운 시장이 폐쇄적인 구조라는 점도 국내 조선업계가 현지 진출을 가속하는 이유다. 미국의 '존스법'은 자국 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해 미국인이 소유·운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스-톨레프슨법'은 외국 조선사의 군함 건조를 제한한다. 미국 의회는 이런 제한을 한국 등 동맹국에만 풀어주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통과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한국이 여기(미국)에서 우리 노동자를 이용해 선박을 만들게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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