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초읽기…재계, 보완 입법·세부기준에 총력

경제계, 대여 설득 결국 실패…공포 후 대책 논의 필요
보완 입법 요청하면서 정부 의견 수렴 과정에도 참여 전망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 대표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5.8.1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경제계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계는 대대적인 여론전을 통해 노란봉투법 저지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보완 입법을 요구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설정할 매뉴얼과 지침 등의 세부 기준에 법의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법 저지 여론전 펼쳤지만 '불발'…다음 행보 준비

국회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고 있지만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는 유력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24일 표결을 통해 노란봉투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용자 범위에 대해 근로 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 원청의 하청과의 노사 교섭 의무를 규정했다. 파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한다.

먼저 노란봉투법에 대해 사용자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사용자 개념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 계약이 있는 자로 보는 것으로 오랜 기간 해석됐는데 관련 근거도 없이 기존 개념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민법상 도급 계약을 사실상 부정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게다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사용자 지위 기준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고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원청과 하청 간 산업생태계 붕괴 및 산업 경쟁력 저하도 우려한다. 수백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 사업주는 1년 내내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판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된 자동차, 조선, 철강, 건설 등에선 산업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해외투자 등 경영권의 본질적 사항까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제계의 거부감이 가장 큰 이유다.

경제계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썼지만 결국 여권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경제6단체가 국회에서 모여 처음으로 결의대회도 열었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총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읍소도 했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 현장의 노사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까지 공개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을 대표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제임스 김 회장 역시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노조법 개정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썼다"며 "중재안까지 냈지만 수용이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경제계에선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및 공포 후 상황에 대한 대비에 나설 예정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명문화 필요' 보완 입법 요구할 듯…정부 의견 수렴 과정에도 참여

경제계는 먼저 보완 입법을 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시행령은 법에서 위임해야 하는데 노조법 개정안은 지금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며 "따라서 시행령으로 (세부 규칙을) 정하기는 쉽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보완을) 했을 때 추후 법원 판결 등에 있어서 효력이 있을지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에서 명문화가 필요한 부분은 시행령에서 담아야 한다는 논리로 보완 입법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정부의 의견 수렴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노사 의견을 수렴, 매뉴얼과 지침 등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특히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인 사용자 범위 확대 문제에 대한 조치에 주력할 계획이다. 개정안에선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했지만 '실질적 지배력'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노조법 2조 5호의 쟁의행위 가능 대상 범위 중 '사업 경영상 결정'이 포함된 데 대해서도 경영 판단을 위축시킬 수 없도록 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법이 시행되면 사후 조치에 대해 경영계 입장을 듣겠다고 했으니 충분히 의견을 낼 것"이라며 "최소한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절차, 사용자 범위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