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보호주의 뉴노멀 됐다…통상변화 적응은 韓 생존 문제"
제32차 PECC 기조연설…수출 다변화·융합정책·신통상 규범 제안
"동맹국도 압박하는 시대…소수국에 과도 의존은 지속가능하지 않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보호무역주의와 경제민족주의가 뉴노멀로 부상하고 있다"며 "개방도가 높고 규모가 중간인 한국 경제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2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전 세계적으로 불안한 긴장을 촉발했고, 각국은 생존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 본부장은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유례없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적 변화는 △경제 안보화 △관세 무기화 △디지털화라는 새로운 질서 정립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 "심지어 동맹국 사이에서도 (관세가) 압박 수단이 되고 있다"며 "경제적 도구, 즉 에너지 자원이나 핵심 광물, 핵심 기술이 지정학적 도구로 쓰이고 있다. 상호연결된 세계는 더 이상 중립적인 공간이 아닌 전략적 경쟁의 무대가 된 것"이라고 했다.
보호주의의 강화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특히 치명적이다. 여 본부장은 한국의 높은 무역 의존도(90% 이상)와 제조업 비중(27%)을 짚으면서 "이런 구조적 특성은 공급망 차질, 심화하는 지정학적 경쟁, 경제 안보 리스크에 한국 경제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극적 타결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선 "국가의 최우선 과제였다"며 "이번 합의로 자동차·자동차 부품 포함에 대한 상호 관세가 25%에서 15%로 내려갔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15%에) 포함됐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에 반도체와 의약품(관세)에 있어 최혜국 특혜를 약속하고, 한국은 미국의 전략 산업에 3500억 달러 금융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단순한 관세 인하를 넘어 한미 경제 협력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향후 한국의 통상 정책 방향성을 아세안·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로의 무역 파트너 다변화, 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의 융합, 기후변화·공급망·인공지능(AI) 새로운 통상 규범 정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소수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아세안과 인도는 한국의 주요 신흥 수출 시장으로 성장한 만큼 신흥국 및 개도국과 신규 협정을 추진해 무역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통상·산업·안보를 결합한 융합 정책과 관련해선 "산업 정책과 무역정책은 더 이상 분리해서 추진할 수 없다.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산업, 무역, 안보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통합 정책 개발을 핵심에 두고자 한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기후 변화, 공급망, AI는 현대 무역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무역 체제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개방적 복수국 간 협력(open plurilateralism)이 실용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구속력이 없는 합의 기반의 포럼으로, 새로운 협력 분야의 아이디어 인큐베이터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다"며 "지금이야말로 APEC이 차세대 무역 규범 논의를 주도할 때이며 한국은 이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