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과 동맹 또 다른 이유…'넥스트 인도' 브라질 시장 공략

GM과 5개 차종 공동 개발…중남미용 픽업·소형차 4개 2028년 출시
현대차, '중남미 교두보' 브라질서 4위…BYD 등 中 침투 차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024년 9월 12일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 겸 CEO와 포괄적 협력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제공) 2024.9.12/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동맹을 체결한 이면에는 '넥스트 인도'로 불리는 브라질 시장 공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남미 지역에서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공동 개발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GM, 2028년 중남미·북미 출시 5개 차종 공동 개발…상호 보완 '윈윈'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3·4위인 현대차그룹과 GM은 차량 5종을 공동 개발해 2028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체결한 포괄적 협력 업무협약(MOU)의 첫 결과물이다.

현대차와 GM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차 △소형 SUV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5개 차종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소형 차종과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고, GM은 중형 트럭 개발을 담당한다. 각 업체가 가진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플랫폼을 공유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E-GMP 플랫폼 등 레거시 완성차 업체 중에서 우수한 전동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며 "GM 역시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픽업트럭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플랫폼 공유를 통한 공동 개발은) 서로 윈-윈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2024년 2월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가운데), 제랄도 알크민 부통령과 ‘N 비전 74’(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모형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 제공) 2024.2.23/뉴스1
현대차 '넥스트 인도' 브라질 공략 강화…픽업·SUV로 中 도전 이겨낸다

업계가 주목하는 내용 중 하나가 '중남미'다. 개발 예정인 5개 차종 중 4개가 중남미 시장을 위한 차량이다. 현대차와 GM 모두 중남미 공략을 위한 차종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지역이 브라질이다.

중남미 지역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브라질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23~2024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했고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 250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현대차가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법인(HMB)과 공장을 모두 두고 있는 지역이다. 2008년 HMB를 설립한 현대차는 2012년 브라질 공장을 준공했다. 초기 15만 대 생산 능력은 현재 21만 대까지 증가했다. 소형차인 HB20과 크레타를 생산하며 지난해 가동률은 99.8%를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브라질 판매량(도매 기준)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20만 3814대다. 시장 점유율은 8.1%로 피아트, 폭스바겐, GM에 이어 4위다.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31만 5427대다. 중남미 지역 전체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도요타, 폭스바겐, 쉐보레, 기아, 르노, 포드, 피아트, 현대차 순이다.

현대차 브라질 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량 모습.(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업체의 현지 진출이 활발해서다. 비야디(BYD) 등 중국 완성차 업체는 지난해 17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7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현지 주력 시장인 C세그먼트 SUV 시장에서는 올해 1월 점유율을 38%까지 끌어올리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1%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BYD는 최근 브라질에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차는 최근 브라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브라질을 방문한 자리에서 룰라 대통령을 만나 11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32년까지 11억 달러를 투자해 현지 전동화 정책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라질 정부는 2023년 말 탈탄소 부문 투자 자동차 업체에 총 190억 헤알 규모의 감세와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