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美 상호관세 15%…비용 부담 늘지만 "최악 피했다" 안도

관세 25% 등 최악 시나리오 준비…2분기 가전·TV 수익성↓
LG, 멕시코 세탁기 생산 …삼성도 생산지 최적화 추진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5.7.3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내 가전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1일부터 기존의 기본 상호관세 10% 대신 15%가 적용되면서 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산지 최적화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미 양국은 한국산 수입품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최종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월 초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발효를 유예하면서 10%의 기본 상호관세를 부과해 왔다.

협상 타결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는 50% 품목관세가 적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제외하고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은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삼성·LG, 美 관세에 가전·TV 2분기 고전…"15% 다행"

가전 업계에서는 관세 협상 타결로 25%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2분기 기본 상호관세 10%에 더해 제품의 철강 함량에 따라 부과되는 50% 관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바 있다.

LG전자는 2분기 생활가전(HS사업본부) 매출(6조 5944억 원)과 영업이익(4399억 원) 모두 2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선방했지만, TV(MS사업본부)는 판매 감소와 마케팅비 영향 등으로 1917억 원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삼성전자도 2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생활가전(DA) 사업부 합산 매출(14조 1000억 원)과 영업이익(2000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2%, 60%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보다 관세율이 5%포인트(p) 높아지지만, 그 이상을 가정하고 준비해 왔기 때문에 최악은 피했다"고 말했다.

LG "9월 멕시코 세탁기 생산"…삼성, 생산지 최적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세탁기, 세탁기·건조기 공장을 두고 있고, 나머지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 제품은 멕시코, 베트남, 한국 등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충족하는 멕시코 수입품은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멕시코 생산량을 최대한 확대하며 대응했지만, 국내 생산 물량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대부분 국내 창원 공장에서 생산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자동화 설루션을 대거 적용한 창원 공장은 세계경제포럼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되는 등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 스마트 팩토리다.

대신 LG전자는 세탁기의 경우 오는 9월부터 멕시코 멕시칼리 지역에 생산지를 추가로 운영해 관세 대응 유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건조기 공장을 운영 중이지만, 해당 공장 물량만으로 미국 내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한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은 상호관세 20%가 적용되고, 태국은 관세 협상을 타결했으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관세뿐 아니라 생산비용, 물류비 등을 고려해 최적의 생산지를 다각도로 검토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인건비, 부품 조달 비용, 국가별 세금 등 검토할 사안이 많다"고 설명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