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장관 만난 경제계 "노란봉투법 신중해야" 요청

"노조법 개정, 노사관계·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 줄 수 있어"
"정년 연장·근로 시간 단축도 우려…목소리 균형 있게 들어달라"

김영훈(왼쪽) 고용노동부 장관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7.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박종홍 이민주 기자 = 경제계가 24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정년 연장 등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노조법 개정 등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던 김 장관에게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신중한 대응을 요청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파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도 제한했다. 21·22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재의요구권 행사로 모두 폐기됐고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노동 공약으로 채택됐다. 경제계는 주요 노동 관련 현안 중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크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제계는 노란봉투법 외에도 법정 정년 연장 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찾은 김 장관과의 비공개 면담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은 우리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과 부작용을 줄 수 있어 법 개정을 서두르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 논의를 위한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손 회장은 이어 "기업들이 정년 연장, 근로 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며 "노사관계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들어달라"고도 말했다.

손 회장은 또 공개발언에선 "경제가 어려울 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노사정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노사정 대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며 "대통령도 항상 경제와 사회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균형을 이루게 된다고 말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친노동은 반기업, 친기업은 반노동은 지나간 프레임"이라며 "친노동도 친기업이, 친기업도 친노동이 될 수 있고 협력해 새로운 노사 문화를 만드는 게 위기를 극복할 새 성장동력"이라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손경식 경총 회장과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첫 대외 일정을 중기중앙회, 경총, 대한상의 등 경영계 단체들과의 연쇄 간담회로 시작했다. 2025.7.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날 오후 취임 인사차 대한상의를 방문한 김 장관에게 "기업인들이 고용노동 환경 변화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분이 최근 고용 변화에 대해 약간의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통상임금,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그동안의 (노동) 이슈였는데 최근에는 노조법 2·3조를 바꾼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고 정년 연장 문제도 새롭게 나와, 어떻게 되느냐가 저희의 현안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비공개로 이어진 간담회에선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이 김 장관에게 "요즘 기업인들이 굉장히 위축됐고 심려도 있으며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그는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한다"며 "장관님께서 더 기업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김 장관에게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근로 환경 유연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AI가 많이 도입되면 노동이나 경영에서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맞는 프레임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한국이 이것을 빨리 받아들여서 제조업이나 기존의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 환경 유연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역시 김 장관에게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했다. 김 회장은 김 장관과의 상견례에서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 등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으로 건의했던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또 주 4.5일제, 고령 인력 계속고용 방안 등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에서 김영훈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과 상견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24/뉴스1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