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그룹 핵심 계열사 자사주 보유 비율 97%…소각은 10%도 안돼

2022~2024년 2265개 상장사 현황 분석…경영권 방어 수단 활용 지적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50대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들이 최근 3년간 자사주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온 반면, 자사주를 실제로 소각한 곳은 보유 기업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리더스인덱스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비교 가능한 2265개 상장사(코스피 791개, 코스닥 1474개)의 자사주 보유 및 소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를 보유한 곳은 총 1666개 사로 전체의 73.6%에 달했다. 반면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142개 사(코스피 75개 9.5%, 코스닥 67개 4.5%)로 평균 8.5%에 그쳤다.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의 전체 평균 자사주 비중은 2022년 3.0%에서 지난해 말 3.3%로 0.3%포인트(p) 증가했으며, 자사주의 총 가치는 2022년 말 58조 4694억 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64조 4580억 원으로 10.2% 증가했다.

특히, 자사주를 보유한 상장사 중 자산 기준 50대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 64곳을 분석한 결과, 2개 기업을 제외한 96.9%(62개 사)가 자사주를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상장사 평균(73.6%)보다 23.3%p 높은 수치로 자사주가 경영권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50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평균 4.7%로, 전체 상장사 평균(3.3%)보다 1.4%p 높았다. 이들이 보유한 자사주의 총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34조 9658억 원으로, 전체 상장사 자사주 가치의 54.2%였다.

2022년 이후 자사주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영풍그룹으로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으로 자사주 비중을 0%에서 12.3%까지 끌어올리면서 11.2%p 상승했다. 지주사격인 영풍은 자사주 비중을 6.6%로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주사인 신세계의 자사주 비중이 2022년 0.1%에서 2024년 10.9%로 늘었으며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이 2022년 2.1%에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2024년 말 기준 5.5%로 확대, 3.4%p 상승했다.

또한 LG그룹의 지주사인 LG가 자사주 비중을 1.4%에서 3.9%로 2.5%p 높였고 같은 기간 미래에셋그룹도 미래에셋증권이 23.7%에서 24.9%로 자사주 비용을 1.2%p 끌어올렸다.

이들 자사주 보유 비중 상위 5개 사 중 실제로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은 고려아연과 셀트리온, 미래에셋증권 3곳이었다.

반면, 이 기간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의 자사주 보유량이 감소한 그룹도 10곳에 달했다. 가장 큰 폭으로 자사주를 줄인 그룹은 지난해 형제 간 계열분리가 있었던 효성으로 2022년 자사주 비중이 5.5%였으나 지난해 말 0.1%로 5.4%p 감소했다. 이 중 절반은 소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를 이어 현대백화점그룹, 네이버 등의 순이었다.

50대 그룹의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 중 자사주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지주로, 32.5%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29.8%,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26.3%, 24.9%였으며 SK그룹의 지주사인 ㈜SK가 24.8%로 집계됐다.

또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18.2%), KCC그룹의 KCC(17.2%), 금호석유화학그룹의 금호석유화학(16.0%), GS그룹의 E1(15.7%), 삼천리그룹의 삼천리(15.6%) 순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2022년 이후 자사주를 실제로 소각한 곳은 미래에셋증권, SK, 금호석유화학 단 3곳뿐이었다.

코스피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이 40%를 초과한 곳은 일성아이에스(48.8%), 조광피혁(46.6%), 델코웨어(44.1%), 부국증권(42.7%) 등 4곳이며, 코스닥에선 매커스(41.1%)만 4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goodd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