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파도' 직면한 기업들 '위기관리위원회' 가동…리스크 총력전

긴급 임원 회의 소집,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논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예의 주시…현지와 핫라인 24시간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D 프린팅 미니어처가 이란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2025.6.2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박기범 박주평 금준혁 기자 = 미국의 관세 폭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까지 터지자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위기관리위원회와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하고 중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기 시작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시점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확대되면서 실적 방어가 '발등의 불'이 된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고려해 대비책 마련

24일 업계에 따르면 A 정유사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위기관리위원회를 가동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페르시아만 연안의 주요 중동국을 오가기 위해 필수로 지나야 하는 곳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면 우회는 불가능하다.

국내 정유사는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중동 수입 물량은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원유 수급을 포함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승인했다. 이란 최고 안보 기관인 국가안보위원회(SNC)의 최종 승인만 남은 상태다.

A 정유사 관계자는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논의했고, 이를 실무 부서에 전달했다"며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위기 대응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 입장에서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는 과거부터 제기된 상시적인 리스크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각 사에 맞는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을 향한 무력 공격은 예상치 못한 부정적 변수다. 실제 국제유가가 3%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중동발 리스크에 대비한 매뉴얼에 따라 위기대응반을 구성할 것"이라며 "긴급 임원 회의와 중동 주재원과 핫라인을 유지하는 등 실시간으로 현지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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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공급선 다변화…아시아·아프리카산 단발성 수입 검토

석유화학업계 역시 비상 상황을 고려해 중동을 제외한 나프타 공급선 다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값싼 러시아산 나프타를 주로 수입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중동산에 의존했다. 중동발 리스크 확산에 따라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인접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스팟(일시적 물량)성으로 나프타를 수입할 수 있다"며 "아직은 재고에 여유가 있는 만큼 당장 신규 주문할 수준까진 아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비정기 선박 운행 계획을 보류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가능성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선박을 공격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초대형 유조선 2척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에 호르무즈 해협 초입에서 항로를 급변경해 유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체 항만 하역 후 육상으로 운송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체 불가능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에너지 해상 물류는 올스톱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