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약고' 이란 공습에 산업계 긴장…유가·물류비 급등 우려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격에 국제유가 급등…정유·석유화학 영향권
호르무즈 해협 폐쇄 예의주시…가전 등 수출업계 물류비 상승할듯

2025년 6월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구조대가 이스라엘 공습의 표적이 된 건물에서 작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3일 새벽 이란의 핵 및 군사 시설과 테헤란의 주거용 건물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 AFP=뉴스1 ⓒ News1 신기림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김종윤 박주평 김성식 기자 =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면서 정유·해운·석유화학업계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해운업계뿐 아니라 전반적인 수출기업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지정학적 이슈 영향 급등

13일 외신에 따르면 오전 11시 50분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13% 넘게 뛰어 배럴당 77.09달러,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12.62% 폭등해 배럴당 78.11달러로 움직였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곧 보복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국제유가에 즉각 반영됐다. 실제로 100대 이상의 드론을 발사하는 등 대규모 확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국제유가 상승을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단기적 급증으로 해석한다. 현재 상승 추이는 원유 수급과 무관하게 긴장감 때문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유 시설에 타격을 가하는 등 직접적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국제유가의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석유화학 업체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원유에서 정제되는 중간 유분인 나프타 가격 등이 따라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석유화학 실적은 중국발 과잉 공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전방 산업 부진에 원가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놓이게 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현재 중동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핵프로그램 및 군사 시설에 선제 타격을 벌인 가운데 테헤란에서 검은 연기기 피어오르고 있다. 2025.06.13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국제유가 급등 시 항공사·소비자 부담 커져

해운업계 역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물동량은 적지만 봉쇄될 경우 우회는 불가능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페르시아만 연안의 주요 중동국을 오가기 위해 지나야만 하는 곳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다면 선박 중간 경유지를 통한 환적을 이용해야 한다. 수출기업의 물류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은 없다"며 "해협에 들어가기 전 봉쇄 조치 되면 대체 항만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 텔아비브 노선을 운항하던 대한항공(003490)은 지난 2023년 10월 홍해 사태 이후 해당 노선을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중동·아프리카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비가 전체 운항 비용에서 30%에 달한다"며 "국제유가 상승은 항공사뿐 아니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은 성장 잠재력이 뛰어나고 소비계층의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유독 높아 가전업계의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란 것이란 입장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당장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 영향이나 결과를 얘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