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철강 '엔저 효과' 발판 韓 시장 공습…수입 H형강 절반 돌파

국내 업계 반덤핑 제소 검토…日 US스틸 인수도 예의주시

H형강 자료사진(동국제강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H형강 수입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장벽을 우회한 물량이 '엔저 효과'를 등에 업고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추가적인 반덤핑 제소까지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선 현지 진출을 두고 경쟁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일본 양국 철강업계의 대립 구도가 보다 심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관세 높아진 이후 日 철강재 국내 유입 활발해져"

1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누계 국내에 들어 온 일본산 H형강 수입량은 6만 8416톤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H형강 전체 수입량 12만 4342톤의 55.02%에 해당한다. H형강은 H모양의 강재로 고층빌딩 기둥이나 교량 등 토목용으로 사용된다.

H형강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23년에는 32.38%에 그쳤으나 2024년에는 42.64%에 이르렀다. 올해 5월까진 점유율 50%를 넘기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H형강은 톤당 100만 원 수준인데 일본산이 국산에 비해 5만 원가량 저렴하게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산 철강이 저가에 유입되는 배경에는 수년간 지속된 엔저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이후 엔화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일본 철강 업체들이 환율 효과에 힘입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철강에 대한 미국 관세가 높아지면서 일본 업체들이 우회 수출로로 찾은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가 25%, 50%로 계속 높아지면서 남는 철강재들을 우리나라로 넘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가 조만간 일본산 H형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반덤핑 제소를 단행한 바 있는 품목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이 힘을 싣는다.

앞서 현대제철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다. 일본산 열연강판이 전체 수입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에는 52.18%였으나, 올해에는 5월까지를 기준으로 41.19%로 상당 폭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이 예전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 덤핑 요건이 되는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두고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트럼프 정부 이후 한일 양국 철강업계의 경쟁 구도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부정적 입장을 표시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철강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US스틸은 자동차 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제철소로, 현대제철(004020)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신설을 계획하고 있는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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