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공간에 21대 주차"…로봇주차, 공사비 수백억 아낀다[르포下]
엠피시스템, 병렬주차 적용해 공간 효율성↑…전기차·AI 시대 준비
전기차 무선 충전 시스템 개발…콘크리트 설계로 화재 확산 방지
- 김종윤 기자
(방콕=뉴스1) 김종윤 기자 = 지난 6일(현지시간) 셈페르엠(SEMPER M)의 로봇주차 엠피시스템(MPSystem)이 적용된 한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 지하 4층 깊이에 약 50m 길이의 공간 양옆으로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주차장 내에서 층간 이동이 필요 없기 때문에 램프(경사)가 없었다. 그만큼 공간 효율성이 높아진 셈이다.
특이할 점은 차량 3대 공간마다 콘크리트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열에 취약한 철근 대신 전기차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였다. 각 층 주차 공간 천장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었다.
엠피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공간 효율성이다. 일반 주차장처럼 운전자가 직접 차를 운전해 지하로 이동하는 경사로가 필요 없다. 로봇이 차량을 움직이는 만큼 병렬식 주차도 가능하다. 9대 주차 공간에 최대 21대를 주차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지하 주차장 내 차량들이 촘촘하게 주차돼 있었다. 사람이 타고 내릴 필요가 없는 만큼 차 사이에 넓은 공간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행사와 건설사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셈페르엠이 국내 A백화점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주식 주차 1950대 확보를 위해 지하 36m 깊이의 공간이 필요했다. 공사비는 1220억 원으로 추정됐다.
반면 엠피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로봇주차 1748대(자주식 376대 별개)에 필요한 지하 깊이는 30m다. 예상 공사비는 1055억 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165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하가 깊어질수록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를 고려하면 획기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주차장 관리에 필요한 인건비 절감 효과는 부수적이다. 로봇주차는 소수의 관리자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간 효율성은 집값 안정화로 이어진다. 절약한 주차 공간에 더 많은 호실을 조성한다면 공급 가구를 늘릴 수 있다. 공급 대비 수요 부족으로 발생하는 집값 폭등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서울과 같은 도심 아파트에 엠피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주차공간 확대와 집값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셈페르엠 관계자는 "엠피시스템은 해외 각국에서 주거, 오피스, 복합시설, 호텔, 병원 등 프로젝트 종류와 관계없이 적용된다"며 "국내에 확대 도입된다면 로봇주차 효용성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셈페르엠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전기차 화재 대비책을 갖추고 있었다. 높은 내화성(불에 견디는 성질)을 지닌 콘크리트로 지하 주차장을 설계한다. 일반 자주식과 기계식 주차장에 주로 쓰이는 철근을 제외한 것이다. 열에 취약한 철근이 건물 전체 구조에 위험성을 키우고 화재를 키울 수 있어서다.
이날 둘러본 현장의 지하 주차장은 100%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층마다 주차 공간 천장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었다. 혹시 모를 화재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다. 만약 화재가 발생한 경우 다른 층에 주차된 차량을 신속히 지상으로 옮겨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셈페르엠은 전기차를 주차할 경우 자동으로 무선 충전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충전된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도 있다.
갈수록 진화하는 IT와 AI를 결합해 고객 편의성 확보 노력 역시 꾸준하다. 예를 들면 1층 웨이팅룸에서 진행했던 얼굴·지문 인식 대신 외출과 동시에 블루투스로 출차를 요청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출차에 필요한 2∼3분의 시간마저 삭제할 수 있게 된다.
김성주 셈페르엠 부대표는 "로봇주차는 속도와 편리성에 맞춰서 진화할 것"이라며 "더 많은 사용자가 더 빠르게 대기 없이 차량을 입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셈페르엠은 국내 영업망 확대를 위해 삼표그룹과 손을 잡았다. 미래 먹거리가 필요했던 삼표그룹도 로봇주차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양사는 지난 2022년 합작법인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세우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에스피앤모빌리티가 국내 영업을 맡고, 셈페르엠이 해외 사업을 맡는 구조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지난해 8월 현대건설과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엠피시스템의 국내 도입뿐 아니라 다양한 수요에 최적화한 맞춤형 설루션을 개발한다.
장성진 에스피앤모빌리티 대표는 "해외에선 로봇주차가 설치 및 상용화가 완료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해외 사례처럼 주차대수 확대와 시공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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