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오래된 좋은 친구, 기아와 라파엘 나달의 우정

스페인 바르셀로나주 테라사에 위치한 '기아 인테그랄 카' 쇼룸에 전시된 라파엘 나달 모습.ⓒ 뉴스1 이동희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주 테라사에 위치한 '기아 인테그랄 카' 쇼룸에 전시된 라파엘 나달 모습.ⓒ 뉴스1 이동희 기자

(바르셀로나=뉴스1) 이동희 기자 = 지난해 11월 은퇴한 스페인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 그는 지난 2015년 저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의 완성차 업체 기아(000270)에게 '의리'를 보여줘 화제가 됐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후원한 테니스 대회에서 우승한 나달은 부상으로 받은 고성능 스포츠카 AMG-GT를 시승하고는 "제 스폰서인 기아만큼 좋지 않네요"라고 말한 것. 2022년에도 나달은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제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후원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혀 나달과 기아의 끈끈한 관계는 다시 주목을 받았다.

1986년생인 나달은 유망주 시절을 거치며 15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은퇴하기 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만 22차례 우승하며 시대를 호령했다. 훌륭한 인성까지 갖춰 스페인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이다. 기아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21년간 나달을 후원 중이다.

경력만 보면 스포츠 스타와 홍보 효과를 위해 후원한 기업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2025 기아 EV데이'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둘의 관계는 스폰서십 이상이었다. 나달이 부상의 악몽에 은퇴까지도 고려했지만, 오랜 기간 동행하며 서로 신뢰를 쌓아 '윈윈(Win-Win)'했다고 했다.

브랜드가 곧 판매인 자동차 회사에 소비자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신뢰를 쌓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기아는 올해 스페인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EV3는 올해 1월 베스트셀링 전기차에 오르며 호실적을 예고했다. 올해 EV4 해치백과 2026년 유럽 전략 차종 EV2까지 잇달아 선보이며 전동화 리더십을 세우겠다는 목표다.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는 '가성비'를 앞세워 무서운 공세를 펼치고 있다. BYD는 올해 1월 전기차 판매 1위 업체에 등극했다.

기아는 내연기관 시대 나달과 함께 스페인에서 신뢰를 쌓았다. 이 신뢰는 전기차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며 유효할 것이다. 나달은 은퇴했지만, 경쟁사를 넘어서는 품질과 상품성을 지속해서 선보인다면 스페인의 나달 사랑이 그렇듯 기아 사랑도 이어지지 않을까.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