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떨친 이재용, 현장 경영·컨트롤타워 재건 나설 듯
트럼프 2기 출범 등 불확실성 고조…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주목
반도체 위기…빠른 의사결정·장기 전략 컨트롤타워 필요성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면서 현장 경영과 컨트롤타워 재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관세 폭탄 등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응 실기로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이 회장의 행보에 재계 이목이 쏠린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이날 오후 2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그간 이 회장을 옭아매던 사법리스크도 사실상 해소됐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만 판단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에 2심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
이번 2심 판결을 계기로 향후 이 회장의 경영 활동에도 기대가 모인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 호황을 맞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서 경쟁자보다 뒤처지고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총수인 이 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장기간 재판 준비와 출석은 이 회장이 경영 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했고, 형사피고인 신분이 무형적으로도 운신의 폭을 제약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 회장 취임 2주년, 삼성전자 창립 55주년 등을 맞아서도 대내외 메시지 없이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사법리스크를 벗은 이 회장이 글로벌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장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글로벌 관세 전쟁의 불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까지 예고했고, 향후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한국산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다만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이 회장의 미국 방문은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과 그에 따른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보조금), 미국 빅테크들과 협력 등 현안이 많다.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도 이어갈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은 인사·조직 개편, 차세대 제품 개발 등 쇄신이 진행되는 만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전장·로봇·바이오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 차원에서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재건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과거 그룹의 구심점이었던 미전실이 이 회장의 결정에 따라 해체된 만큼, 재건 역시 이 회장의 결단에 달렸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미래 전략실에 관해서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께나 의원들께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밝혔고,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미전실은 해체됐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이 반도체 실적 부진, 중국 기업들의 부상 등 위기 상황에서 조타수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전실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굵직한 M&A(인수합병)나 신사업을 주도했다. 삼성의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바이오(의료기기)나 배터리 사업 등도 미전실이 존재했던 시절 키웠다.
삼성그룹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이찬희 위원장도 지난해 삼성그룹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복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가 불거졌을 때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올라 위기를 헤쳐 나갔으나,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이재용 회장만 미등기임원이다. 학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이 과감한 도전 정신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점을 고려해 총수가 등기임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권과 대표권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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