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Ok 했는데"…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은?
합병 늦어질수록 손해 커져…"대승적 판단 필요"
조건부 승인, 합병 취지 역행…외국항공사에 주도권 뺏긴다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되겠다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계가 더디게 가고 있다. 기업결합심사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베트남과 터키 등에서는 합병에 문제없다는 승인이 났지만, 공정거래위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EU·중국 등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먼저 결론을 내리길 바라고 있지만, 조건부 승인에는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늦어질수록 '손해'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필수 신고국가인 베트남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베트남 산업통상부(Ministry of Industry and Trade)는 승인결정문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베트남 경쟁법상 금지되는 거래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래 터키·대만·베트남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태국도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님을 통보받은 바 있다.
또 임의신고국가인 말레이시아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으며, 필리핀 경쟁당국으로부터도 신고대상이 아니므로 절차를 종결한다는 의견을 접수한 바 있다.
필수신고국가 중 남은 곳은 이제 한국을 비롯해 미국·EU·중국·일본 등이다. 업계는 출범 시기가 늦어질수록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먼저 승인을 내주길 바라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도 공정위의 빠른 승인을 요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의 통합과정이 지체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쟁력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대승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승인?…항공산업 경쟁력 망친다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A가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심사관의 의견"이라며 "국토교통부의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피력한 셈이다.
승인하더라도 독과점 우려를 일정 정도 해소하기 위해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운수권은 타국과 항공회담을 통해 항공기 운항 횟수를 정해 그 안에서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이며, 슬롯은 항공사가 공항에서 특정 시간대에 운항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추진은 항공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운수권이나 슬롯을 제한하면 외국 항공사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항공사의 운수권이나 슬롯을 제한할 경우 고스란히 외국항공사에 노선을 빼앗기게 된다. 제한된 운수권과 슬롯을 저비용항공사(LCC)가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장거리 노선의 경우 대형기만 운항이 가능한데,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중소형 기종만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비용항공사들이 대형 기종을 구매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하다.
통합항공사의 운수권을 제한하면 외국항공사의 운항만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외국 항공사들의 점유율만 올라가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15일 열린 국회 국토위원회 인천공항공사 국감에서 "양 항공사의 인수합병 문제를 시장의 독과점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통합항공사의 운수권 제한은 외국 항공사의 노선 점유율을 늘려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공정위가 고용 유지 등의 항목도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수권과 슬롯 제한을 하게 될 경우 항공편 운항이 줄어들고 결국 사업량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고용 시장도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무너져가는 항공산업 생태계를 복원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목적"이라며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이 된다면, 결국 외국 항공사 배만 불리게 돼 합병의 취지를 퇴색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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