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만 공개…불만 게시판 감추는 전자서비스센터
삼성·LG 등 전자 서비스 업계 홈페이지 불만 게시판 본인만 열람 가능
"소비자 목소리 가감 없이 전달돼야" vs "허위정보로 피해입을 수 있어"
- 류석우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아니나 다를까 삭제되었네요. '불편합니다' 게시판은 개인만 볼 수 있어 부득이하게 이곳에 올렸습니다."
최근 폭염으로 에어컨 설치·수리 등 전자 서비스 이용 고객이 많아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전자 서비스 홈페이지에선 칭찬 게시물만 공개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일 전자 서비스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서비스, 대유위니아서비스 등의 홈페이지에서 '개선사항'이나 '불만' 게시물을 공개로 해놓은 곳은 없었다. 칭찬이나 불만 게시물 모두 로그인이나 개인확인 절차를 거쳐 입력하도록 되어있지만, 글을 직접 작성한 본인 외에 모두가 열람 가능하도록 설정해놓은 게시판은 칭찬 게시물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전체 공개로 되어있는 칭찬 게시판에 불만 글을 올리는 고객들이 생겨났다. "지우지 말아 달라"며 자신이 겪은 불만 사항을 적는 고객부터 제목을 칭찬하는 글인 것처럼 적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칭찬 게시판에 올린 글은 대부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지워졌다. 한 서비스 기업은 이용 약관에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게시물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애초에 칭찬 게시판에 올라가는 게시물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있는 서비스 기업도 있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칭찬 게시판에 글을 쓴다고 해서 모든 글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며 "칭찬하는 글이라도 가족이나 지인이 서비스를 받지 않고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칭찬 게시판에 불만을 올리면 바로 등록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 확인을 통해 개선사항 접수 부서로 이관된다는 것이다.
고계훈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소비자 게시판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에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며 "소비자를 위한 게시판이 원래 성격대로 작동하려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포함해 소비자의 목소리가 종합적으로 조작 없이 올라와야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홍보성으로 칭찬 게시물만 공개하려면 '고객의 소리'라는 명칭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자 서비스업계는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불만 게시물에 대해 비공개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한 서비스 기업은 게시판 운영 지침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사안 및 직원 개인의 신상이 섣불리 유출될 수 있어 비공개로 접수하고 있다"며 "면밀한 팩트 체크 및 조사가 필요하여 비공개로 진행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불만 게시글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이 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또 애초에 홈페이지를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는 시각도 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홈페이지 운영 권한은 각 회사에게 있고 크게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은 없어 보인다"며 "소비자의 알 권리가 크게 방해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이 허위정보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해도 애초에 모든 불만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사무총장은 "글을 올리려면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로그 기록도 다 남기 때문에 허위 정보를 제시할 경우 충분히 사후 조치를 할 수 있다"며 "(비공개로 운영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가 제품에 자신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객의 소리'라는 게시판을 통해 고객들의 칭찬과 불만을 접수하면서 불만 사항만 비공개 처리하는 것은 비단 전자 서비스업계뿐만이 아니다. 잘한 것을 부각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오랜 관행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굳이 부정적인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다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sewry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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