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대해부]④자사주 처분제한? 경영권 방어 어쩌라고

편집자주 ...상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정치권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면서 기업 옥죄기에 나설 태세다. 결국 상법 전문가들이 나서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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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야권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의 '자기주식 처분제한'도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은 이 법안으로 대기업이 기업분할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이용해 총수의 기업지배력 강화를 막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같은 법안은 자사주 취득을 자산으로 보는 우리나라 상법과 모순된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이경우 대기업들이 추진 중인 지주회사 전환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해진다.

현행 상법상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회사를 두 개로 쪼갤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해 대기업 총수가 자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야권이 이를 '자기주식 처분제한'을 통해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이 발의한 법안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회사 분할시 자사주 취득을 제한하고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계는 "자사주는 대주주에게 주어진 적대적 M&A에 대한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인데 자꾸 제한을 가하는 건 지나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 발의안은 '자기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각 주주가 가진 주식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신주 발행 절차처럼 공정한 절차를 밟으라는 것이다. 자기 주식 처분 시에는 기존 주주에게 평등하게 나눠주거나 소각하거나, 매각하더라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호 주주인 특정인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기업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를 동원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대하자, 삼성 측 우호 주주인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해 삼성의 '백기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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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취지와 모순…기업활동 자유 침해 우려

그간 우리나라 상법은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규정해왔다. 현행 상법은 자기주식 처분방법에 대해 정관에 규정이 없다면 이사회 결의로 처분 상대방과 방법, 가격 등을 정하도록 한다.

자기주식도 기업 자산의 일종으로, 자사주 처분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준선 전 상사법학회 회장(성균관대 교수)는 "판례를 보더라도 자기주식 처분의 자유 보장은 필요하다"며 "자기주식의 폭넓은 활용을 허용한 상법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주식 처분제한이 현실화되면 자사주를 활용한 지주회사 설립에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게 됨으로써 기업의 지주회사 설립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사업 자회사의 주식 20%(상장사의 경우, 비상장사는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상법개정 이후 자회사의 자사주를 이전하지 않고 지주사 스스로 자회사의 주식 20%를 취득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지주사 설립을 포기하게 될 우려가 높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개정안은 분할승계회사는 분할합병시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해 신주배정을 금지토록 하고 있다. 분할회사 소유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신설회사의 주식배정을 불허하자는 것으로 인적분할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의 자사주를 갖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악명 높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 분할을 요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인정되는 적대적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이다. 자사주 취득은 회사가 투자할 자금으로 취득하기 때문에 투자가 위축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의 가치가 떨어져 이중 손실의 위험마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자기주식을 보유하려 한다.

경제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포이즌 필'과 같은 적대적 M&A 방어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법무부 상법개정위원회는 지난 2011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포이즌필제도(신주인수선택권제)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 자기주식의 취득과 이사회 결의에 의한 처분이 비교적 자유롭게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포이즌필제도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는 포이즌필제가 인정돼 적대적 M&A 및 경영간섭에 대한 주요 방어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 교수는 "국가가 포이즌필과 같은 적절한 저비용 고효율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일반제도로 제공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국회에 상정된 개정상법안은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잉 규제로 점철돼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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