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서 하만 인수 기업설명회 "완성차 제조는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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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소재한 자동차 전장부품 및 오디오 회사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M&A 선언 뒤 미국에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완성차 제조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완성차 제조는 안한다…관심은 커넥티비티"

손영 삼성전자 전략 담당 최고책임자(사장)는 14일 미국 뉴욕에서 '하만'과 공동으로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완성차 제조에는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하만은 '커넥티비티'를 극대화하는 솔루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워트레인 등 차의 하드웨어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손 사장은 "파워트레인 등 차의 바디파트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커넥티비티와 관련된 기술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전장사업 진출에 다소 늦었던 삼성전자는 9조4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규모의 딜로 업계 최고 기업을 품에 넣으며 단숨에 1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80억달러, 9조4000억원 규모로 국내기업의 M&A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하만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4%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외 텔레매틱스도 시장점유율 10%로 2위, 카오디오는 41%로 1위다. 전체 사업에서 전장사업 매출 비중은 65%에 달한다.

하만의 사업 영역은 크게 △커넥티드카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프로용 오디오 △커넥티드 서비스로 나뉜다.

카오디오 분야 영향력 절대적

하만은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세계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토요타, 폭스바겐 뿐 아니라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최고급 브랜드들이 하만의 제품을 탑재하고 있다.

특히 오디오 사업의 경우 하만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만은 산하에 △JBL △마크레빈슨 △렉시콘 △AKG 등 오디오 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여러 브랜드들을 거느리고 있다.

손 사장은 "삼성과 하만이 가진 커넥티드카 테크놀로지와 관련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OEM(주문자위탁생산)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폭넓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커넥티드 기술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피쳐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로의 급격한 이행을 수차례 언급하며 전장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확신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 몇십년간 피쳐폰에서 복잡한 스마트폰으로 발전했듯이 자동차의 미래도 스마트 테크놀로지와 연결성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에서 새로운 수요와 기회를 발견했고 삼성전자와 하만의 협업은 스마트카 에코 시스템에 1등 솔루션 공급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단숨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티어(Tier) 1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스티븐 거스키 전 GM 수석부회장은 "이번 삼성전자와 하만의 전략적 합병은 커넥티드카의 토탈솔루션을 필요로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아주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하만 측은 삼성이 제시한 가격에 만족감을 표하며 삼성과 하만 모두에게 '위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만의 CEO인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은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인수가는 28%의 프리미엄이 붙었고 한달치 가중평균치와 비교하면 37%의 프리미엄을 더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지분 일부가 아니라 3조원을 더주고 지분 100%를 통째로 현금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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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스마트홈-스마트카 3각 트라이앵글 비전에 한걸음

'하만' 인수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스마트홈-스마트카'의 미래 비전에 한발 다가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 세계 최강자인 삼성전자의 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철학이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스마트카 솔루션과 최근 인수한 비브랩스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솔루션, 삼성전자의 통신기술 등을 접목해 새로운 스마트카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꾸렸고 이번 하만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인수에는 전장사업에 늦게 뛰어들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애플과 중국 바이두, LG전자에 비해서도 전장사업 추진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자동차 출신 박종환 부사장을 팀장으로 전장사업팀을 꾸렸지만 인력은 현재 3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자동차 사업 관련 경험이 부족한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전장사업을 키워나가기는 쉽지 않은 것도 한계였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를 인수해 관련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해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 등 관련 부품을 계열사별로 따로따로 공급하다보니 글로벌 부품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단번에 '퀀텀점프'를 하게 됐다. 프리이엄 카오디오 시장은 사실상 하만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다. 현대차 EQ900는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BMW는 하만/카돈 제품을 주로 탑재하고 있다. 하만은 AKG, 하만 카돈(Harman Kardon), JBL, 마크 레빈슨(Mark Levinson)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이외에도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스마트 카'용 전장시장 규모는 매년 13%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86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 서비스, 자율주행, 카오디오 등 하만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 규모는 매년 9%씩 성장해 같은 시기 102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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